여름도 어느덧 끝자락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듯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과 함께 가을의 전령사인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정겨운 요즘이다. 게다가 10여 일 후면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다. 올 추석은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러 가을이 더 빨리 찾아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추석명절이 되면 우리 고유의 세시풍속과 오랜 관습에 따라 음식과 술을 장만하고, 새 옷으로 단장하며, 조상에게 차례를 지낸다. 지역마다 다채로운 민속행사가 열리고 각종 모임이나 행사에 참여할 기회도 많아진다. 한 해 동안 감사했던 분들과 추석선물 등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마음을 나누기도 하고, 주변의 소외된 이웃과도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나누는 것이 ‘고마움’의 표현이고 우리네 ‘정(情)’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도 선거와 연관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국회의원 선거가 내년 4월로 다가온 현 시점은 현역 정치인이나 입후보 예정자들이 ‘정’이라는 미명 아래 추석명절 선물을 빙자한 금품·향응 제공의 유혹을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공직선거법에서는 이를 ‘기부행위’라고 정의한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선의의 ‘기부’와는 정 반대의 의미를 가진다.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는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뿐만 아니라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대하여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약속하는 행위’라고 규정되어 있다. 기부행위가 제한되는 대상자는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 정당의 대표자, 후보자 및 입후보 예정자, 그 배우자가 해당된다. 또한 선거 시기와 상관 없이 기부행위는 상시 제한되고 있으며, 누구라도 기부행위를 약속·지시·권유·알선하거나 요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등, 선거와 연관된 ‘기부’ 자체를 불법적인 개념으로 묶어 놓았다.
이 규정의 취지는 금품에 의한 매표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선진선거문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일례로, 선거에 관하여 금품과 음식물을 제공받으면 그 금액 또는 음식물·물품 가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최고 한도도 3000만 원까지여서 무심코 제공받았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더구나 기부행위를 할 수 없는 정치인 등이 주례를 할 경우 그 혼주는 200만 원의 과태료에 처해지는 규정도 있다.
이러한 금품 제공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유권자의 의식개혁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선거문화가 과거보다는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언론 미디어에서는 정치인들의 기부행위 관련 뉴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깨끗한 선거문화가 정착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기부행위 근절이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는 내년 봄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가 금품·향응 제공, 인기몰이식 선거에서 벗어나 정견과 정책위주의 세련되고 품격 있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지역 발전과 국가 화합에 기여하는 건전하고 아름다운 선거문화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정치인과 유권자 모두가 이러한 현실을 자각하고 올바른 양심과 자질을 갖춘다면 깨끗하고 미래지향적인 선진 선거풍토가 정착될 것이다.
어느 작가가 “민주주의란 시민이 자유와 평등과 평화를 조화시켜 창조해낸 화초이고 그 화초는 철저한 감시와 감독을 하지 않고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수 없고,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것이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이 작가의 말처럼 유권자 모두가 정치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을 때만이 대한민국은 한 층 성숙한 민주사회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추석 명절에는 정치인의 불법적인 기부행위 없이 서로를 배려하고 따뜻한 정이 가득 넘쳐나는 추석명절이 되기를 간절하게 기대해 본다.
부산서구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