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택금융공사는 최근 개점한 지사를 중심으로 사무실 내 회의실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 각종 회의와 스터디(study) 모임 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공공기관 및 부산시와 협력해 문현금융단지 내에 코워킹스페이스를 마련, 스타트업 기업들에 맞춤형 창업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유오피스를 제공하기로 하는 등 지역사회와 공간을 공유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공유오피스를 비롯한 공유경제 모델이 우리 사회 전반에 녹아들고 있다. 공유경제 모델은 사회 구성원 간 거래, 교류 활성화로 공동체 내 신뢰도를 높이고 현대 소비사회의 부작용을 줄이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또 유휴자산을 활용해 도시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아 시장경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다만 지금까지의 공유경제 모델은 민간 소비를 중심으로 한 셰어링 서비스에 국한돼 이를 지역 사회나 공공 부문 유휴시설의 시민 공유에 대한 논의로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프랑스 파리의 세느강변 도로는 무더운 여름이 되면 인공 해수욕장으로 탈바꿈한다. 여름 기간 세느강변 약 4㎞ 구간 자동차 도로를 해변처럼 꾸미는 이른바 ‘파리 플라주(Paris plage, 파리 해변)’ 사업이다. 5000t 이상의 모래를 도로에 깔아 인공 모래사장을 조성하고 수백 개의 파라솔과 야자수 등을 설치해 색다른 여가공간을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개방한다. 2002년 개장 당시 방문 인원이 2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 호응을 얻었고 현재는 파리시의 연중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 활용도가 떨어진 파리 시내 1998년 월드컵 경기장을 시민을 위한 대형 해수욕장으로 조성해 개방하는 등 프랑스는 오래전부터 공공분야에서 공유경제를 실천하고 있다.
국내 사례를 보면 서울시가 매년 겨울 시청 앞 서울광장을 스케이트장으로 조성해 공간을 공유한다. 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겨울 스포츠의 경험을 가질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해 매년 운영 중이다. 스케이트 시설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 프로그램과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겨울철 관광명소이자 서울의 대표행사로 자리 잡았으며 해마다 10만~20만 명이 이용할 정도로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처럼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도시의 유휴시설을 공유하는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당장 쓰지 않는 공간을 활용도가 높은 다른 공간으로 바꿔 대중과 공유함으로써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다.
부산지역에 이러한 공유경제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문현금융단지 내 랜드마크인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건립을 위한 1단계 사업에 이어 기타 지원시설과 업무용시설 확충을 위한 2단계 사업이 완료됐고 마지막 3단계 사업이 남아 있다. 애초 3단계 사업 공간에는 공공기관 사옥건립이 예정됐으나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아 이를 대체하는 계획이 준비 중에 있다. 원래 계획 구간인 1만293㎡와 부산도시공사 소유 일반용지 1만6528㎡에 달하는 공간이 활용되지 못하고 자갈밭 흉물로 방치돼 있다. 이 유휴공간을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바꿔 공유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앞선 프랑스 파리와 서울의 사례를 참고하면, 현 자갈밭 공터에 여름에는 모래를 깔고 비치파라솔과 각종 물놀이 시설을 만들어 인공 해수욕장으로 조성하고, 또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을 설치해 부산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개방하는 것은 어떨까? 현재는 비어 있는 흉물스러운 공간이 여름철과 겨울철 멀리 떠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휴식·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에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함은 물론 시민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새로운 명소가 탄생할 수 있다. 부산시나 부산국제금융센터의 대외 홍보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현재 섬처럼 고립된 문현금융단지에 밤낮 인파가 붐비게 될 것이다.
부산시의 경우 2014년 공유경제 조례 제정 이후, 공유경제 추진계획을 발표해 공유기업 육성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이 공간의 활용만큼 좋은 정책 홍보수단이 있을까? 일정기간에만 사용하기 때문에 설치와 해체가 용이하고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시설을 설계하고, 입주기관의 사회공헌 예산이나 홍보를 원하는 기업의 협찬을 받는다면 사업예산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세상은 이미 소유의 시대에서 벗어나 대여와 공유의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공공영역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유휴시설의 활용도를 높여 경제적 효율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스스로 모색하고, 나아가 공유경제를 널리 확산시키기 위한 플랫폼 조성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