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사흘간 중국 베이징에서 제9차 한국·중국·일본 외교장관회의가 열린다. 이번 회의의 최대 관심은 내일로 예정된 한일 외교장관의 만남이다. 한일 갈등의 악화 여부를 가름할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오는 24일 만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일본은 백색국가(수출 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한국을 배제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시행할 터이다. 그리 되면 한국도 백색국가 명단에서 일본을 제외한 조치를 실행에 옮길 수밖에 없다. 경제전쟁의 개전이다. 양국의 막대한 피해와 세계경제에 대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한일 외교장관이 반드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까닭이다.
현재 세계경제는 심상치 않다. 미국 장·단기 금리가 12년 만에 역전되면서 ‘R(Recession·침체) 공포’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경제마저 흔들린다면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 왔던 ‘세계경기 10년 장기호황’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한일이 이런 상황에서 경제전쟁을 벌인다는 건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GSOMIA 파기로 동북아 안보까지 흔들린다면 사태는 더욱 악화될 뿐이다.
다행히 한일 안팎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대화 제의에 대해 일본 방위상은 “연대할 사안은 확실히 연대하겠다”고 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문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 호소를 계기로 양국이 상호 보복에 종지부를 찍고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한일이 상대방에 대한 백색국가 배제 조치를 철회하는 거다. 하지만 과거사를 둘러싼 인식 차이가 뿌리 깊은 데다, 분쟁 과정에서 격앙된 감정을 순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 이런 결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추가 수출 규제 등을 통해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휴전 약속부터 하길 바란다. 그런 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근본문제에 천착하는 게 합리적인 방안이자 순리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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