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은 매년 여름밤이면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이곳은 화려한 광안대교 경관 조명과 마린시티의 불빛 아래 무더위를 피하는 부산 최대 야간 피서지 중 하나다. 돗자리를 깔고 밤새 술판을 벌인 이들은 술에 취해 술병과 음식물 등 쓰레기를 두고 떠나기 일쑤다.
보다 못한 수영구는 지난 1일부터 매일 0시~새벽 3시 이곳의 가로등 13개를 소등하고 있다. 애초 7~8월 금·토·일요일에만 시범적으로 적용하려 했지만, 평일에도 불을 끄는 쪽으로 강도를 높였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안은 없을까. ‘세계 최대 노래방’이라 불리는 사직야구장에서 해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만 해도 경기가 끝난 사직야구장은 민락수변공원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응원 도구로 쓴 신문지, 취객이 놓고 간 음식물 등을 치우다 보면 날이 새는 경우가 잦았다. 1999년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 때는 1경기를 끝내고 다음 경기를 치르기 직전까지 청소를 해야 했다. 일손이 부족해 시청에서 120여 명이 지원을 나왔을 정도다.
요즘 사직야구장에서는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자이언츠의 성적 부진으로 방문객이 줄기도 했지만, 관람 의식이 많이 개선돼 쓰레기를 각자 치우는 문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팬들에게 봉지를 나눠주기 시작한 롯데 구단의 ‘묘수’도 한몫했다. 롯데 구단은 처음에는 쓰레기통을 야구장 내에 설치했다가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관중이 늘어나자 쓰레기통을 복도까지 뺐다. 지금은 경기가 끝나면 봉지에 쓰레기를 담아 쓰레기통에 버리는 팬을 쉽게 볼 수 있다.
구단은 나아가 시, 롯데칠성음료 등과 협약을 맺고 야구장에 사물인터넷(IoT) 기반 분리 배출함을 설치해 분리수거까지 노린다. 종이팩, 캔, 페트병 등 재활용품에 부착된 바코드를 인식해 배출자의 스마트폰 앱으로 쿠폰 등을 보상 지급하는 것이다.
수영구는 수변공원에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가로등을 소등하는 것 외에 계도를 위한 전단 수만 장을 방문객에게 나눠주고 있다. 전단을 읽고 쓰레기를 다시 가져가는 취객이 얼마나 될까. 차라리 야구장처럼 ‘유인책’을 제시해 청소 문화를 서서히 바꿔나가는 게 나을 듯하다.
사회부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