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출신 가수 강산에의 노래 중 유명한 가사가 있다.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많은 사람이 아는 이 가사처럼 연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회귀 어종이다. 엄청난 규모의 연어 떼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장면은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인간의 승리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연어 중에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바다에 머무는 연어도 있지 않을까? 혹은 거슬러 올라가다가 자발적으로 멈추는 연어들도 있지 않을까?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 너무 힘들다. 내 친구들이나 모든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니 나도 올라가긴 하지만 이건 내 길이 아닌 것 같다. 처음에는 힘을 내서 꽤 많이 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버티고 있기도 어렵다. 힘껏 헤엄치고 있지만, 오히려 뒤로 밀려나는 것 같다. 그사이 다른 연어들은 나를 앞질러 가기 시작한다’.
그 순간 연어의 마음속엔 새로운 생각이 스친다. ‘차라리 몸에 힘을 빼볼까. 굳이 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나. 내가 선택한 길이지만 그것이 온전한 나의 자유의지였나. 내 뜻이 아니다. 그냥 힘을 빼보자’. 그때부터 모든 것이 바뀌었다.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극복해야 할 강한 물살은 나를 밀어주는 에너지가 되었다. 몸에 힘을 빼도 엄청난 속도로 바다를 향해 갈 수 있었다. 방향만 틀었을 뿐인데 모든 것이 바뀌었다. 작은 힘으로도 쑥쑥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 삶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가고 싶어 하는 그 길은 수많은 경쟁자가 모여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앞으로 치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뒤로 밀려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순간, 생각과 방향을 바꾸면 그렇게 이기려고 했던 강물이 오히려 나를 밀어주는 물살이 된다. 강물은 그저 바다로 가는 것일 뿐, 연어의 귀향을 방해하기 위해 존재한 적이 없다. 일상 속에서 큰 스트레스를 만나도 그것을 이겨내려고 하다가는 내 힘만 소진된다. 잠시 멈추고 지금 나를 휘몰아치는 물살을 잠시 느껴보면 새로운 생각이 찾아온다.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숨이 턱까지 찼을 때 새로운 생각이 드는 것처럼 삶이 고통스러운 시기에는 평소와 다른 것이 느껴진다. 그때의 느낌은 안정을 무너뜨리지만 새로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 평소에 경험할 수 없던 감정과 경험은 우리의 인생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끈다. 그냥 비슷한 일상이었다면 절대 알 수 없는 그것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다. 그 변화의 방향이 순방향일지, 역방향일지는 오롯이 나에게 달려 있다. 그 순간에 몰아치는 고통과 공포에 압도되면 고통스럽기만 한 경험이 되지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조금 떨어져 바라볼 수 있다면 다채로운 보물을 찾아낼 수 있다. 고난의 경험을 통해 평생 직업을 만나기도 하고, 성숙하고 깊은 내면을 갖게 되기도 한다. 원치 않는 삶의 물살과 만나면 연어를 떠올려본다. ‘음… 내 뜻과 다른 흐름이 닥쳐오고 있네. 지금 내가 가는 길이 바른 방향인가. 지금처럼 일이 안 풀리는 순간 인생이 내게 전하는 메시지는 뭘까. 지금 이 순간 놓치지 말아야 할 내 인생의 교훈은 무엇일까’.
자기 뜻대로 살다가, 그 뜻이 무너지는 순간이야말로 새로운 출발의 적기다. 선입견도, 과거의 영광도 없는 그때야말로 인간이 가장 자유로워지는 순간이다. 아집을 버리고 내게 준비된 인생의 흐름이 다가오는 그 순간, 나를 이끄는 힘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대부분 성공은 그 흐름을 타면서부터 시작된다.
예수의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 붓다의 “세상에는 어떠한 기준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말씀이 다르게 들린다. 내 뜻이 파괴되는 고통스러운 순간이 찬란한 미래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바다로 간 연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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