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준우승을 달성했다. FIFA가 주최하는 남자 대회 역대 최고의 성적이다.
아시아에서는 1981년 카타르, 1999년 일본이 준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세 번째이다. 미래의 한국 축구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구기 종목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제일 좋아하는 종목은 축구와 야구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토너먼트에서 ‘언더독(Underdog, 약자)의 반란’이 자주 일어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공은 둥글다’는 속설은 자주 현실이 된다.
2006년 엘리 벤 나임을 비롯한 몇몇 학자가 지난 10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축구와 야구는 약자가 강자를 이길 확률이 가장 높은 스포츠라는 결론을 얻었다. 사람들이 축구와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그렇다면 축구와 야구는 어떤 근원적인 시스템 차이가 있을까.
첫째, 축구는 ‘천재들’의 운동이다. 축구는 예술적 요소가 있어 천재가 득실거린다. 이회택 차범근 최순호 황선홍 박지성 이천수 기성용 손흥민 이강인에 이르기까지 박지성 정도를 제외하고 나면 대부분 축구 스타는 어린 시절부터 타고난 재능을 발휘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잘하는 선수가 성인이 되고 나서도 잘한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 모든 1부리그 프로구단은 연령대별 유소년 클럽을 산하에 두고 있다. 천재를 빨리 발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야구는 루틴이 중요하다. 공부처럼 매일매일 루틴에 강한 사람이 유리하다. 팀에서 방출이나 트레이드되어 다른 팀에 가서 리그를 지배하는 경우도 있다. 김상현 박병호 최형우 등 2군에 있던 선수가 리그 MVP까지 수상하는 게 야구다. 축구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축구사에서 실력 부족으로 팀에서 방출된 선수가 다른 팀에 가서 톱클래스가 된 경우는 거의 없다.
둘째, 축구는 팀의 전체 연봉이 곧 경기력이다. EPL의 맨시티 리버풀 맨체스터, 분데스리가의 뮌헨, 스페인 라리가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우리나라의 전북 서울 수원 울산 삼성 등을 보면 선수의 몸값이 리그 성적과 직결된다.
반대로 야구는 2019시즌 연봉 총액 1위인 롯데가 리그 최하위다. 메이저리그의 오클랜드는 2000년대 최저 연봉의 팀 중 하나였지만 ‘머니볼’로 리그를 지배했다. 선수 몸값과 리그성적의 상관관계가 축구는 매우 높고 야구는 축구보다 낮은 편이다. 따라서 야구는 준비와 전략, 팀 분위기, 팀 문화 등 챙겨야 하는 게 많다.
셋째, 유럽에서 발전한 축구는 연고 이전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승강제를 시행한다. 따라서 한 지역에서 1부 리그 팀이 두세 개 되는 경우도 있다. EPL의 아스널 토트넘 첼시처럼…. 미국에서 발전한 야구는 철저하게 프랜차이즈 개념으로 연고 이전도 자유롭고 꼴찌를 해도 승강제가 없다. 수입도 공동분배의 요소가 메이저리그나 한국 프로야구에 내재해 있다. 야구는 팀 공존이 아니라 리그 공존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축구는 오픈 시스템, 야구는 폐쇄형 시스템이라 부른다.
넷째, 선수 선발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축구는 자유계약 중심이다. 스타들을 한 팀에 모을 수 있고, 이런 팀이 리그를 이끈다. 약팀이 명문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 프로축구에서 시·도민 구단이 정규리그 우승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는 이유다. 야구는 드래프트를 통해 팀 간 전력 균형에 모든 것을 맞춘다. 전문용어로 경쟁적 균형이라 하는데, 이것이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
이처럼 축구와 야구는 매우 다른 문화권에서 발전했으며, 시스템도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도 다르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은 약자의 반란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점이 우리를 미치게 하고 기대를 하고 오늘까지도 우리가 경기를 보는 이유이다. U-20 대표팀의 반란을 보고 나서 문득 떠오른 축구와 야구의 차이. 알고 보면 더욱더 색다르게 다가온다.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