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들의 성지로 불리는 미국의 시카고는 ‘시카고학파’ 건축 양식으로 알려진 랜드마크 건축물들과 인상적인 스카이라인으로 유명하다. 1966년부터 시카고 건축협회가 주관하는 건축 투어 프로그램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인기 있는 관광상품의 하나다.
그중 ‘익스플로러 시카고 투어’는 가장 일반적인 투어 프로그램으로, 도보 혹은 자동차를 이용하여 시카고의 역사적인 랜드마크 건물들을 둘러보는 것이다.
또 크루즈선을 타고 도시를 관찰하는 ‘보트 투어’는 시카고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 투어로, 시카고강과 미시간호를 따라 전문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다양한 건축가의 철학이 녹아 있는 건축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랜드 공원에서 바라보는 시카고 도심의 스카이라인은 유명한 촬영 스팟이 될 만큼 방문객에게 사랑받고 있다.
시카고의 건축 자산과 스카이라인은 1893년 엑스포를 개최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1871년 대화재로 시가지 절반 이상이 전소되는 참사를 겪은 시카고는 엑스포를 계기로 도시의 대개조 전략을 선택하였다. 엑스포를 행사장 안에만 가두어 두지 않고 도시 전체의 변화를 이끄는 기폭제로 삼았다. 그 결과 초창기 시카고는 역사가 짧지만 미국 중부지역의 핵심 도시로 급성장하게 된다. 또 엑스포를 개최한 지 1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 효과와 영향을 지금도 누리고 있다.
시카고 엑스포는 콜럼버스의 미 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었다. 엑스포 행사장의 별칭은 백색 도시(White City)였는데, 흰 대리석으로 지은 웅장한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들이 인공호수를 둘러싸고 서 있는 장관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 건물들 속에는 최신 상품들과 최고의 특산물이 전시되어 문명의 성취를 자랑했다. 시카고는 인류문명을 집약한 백색 도시를 통해 새로운 도시의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했다. 구도시의 비위생적이고 불안전한 요소들을 모두 제거한 백색 도시와 같은 계획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보여줬다. 처음으로 국가 전시관을 설치했고, 엑스포에 참가한 ‘조용한 아침의 나라’ 인사들이 받았을 문화적 충격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시카고 엑스포는 수많은 방문객에게 미래 도시의 모습을 제안했고, 미국의 근현대 도시계획 분야가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비롯한 유능한 건축가, 도시계획가들이 시카고의 명물인 다운타운의 유명한 건축물을 재건하고 도시구조를 바꾸는 데 앞장섰다.
엑스포를 기회로 도시 대개조를 이루겠다는 시카고시의 전략은 엑스포 개최와 함께 부산을 대개조하려는 부산시의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국제신문은 지난 5월 1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2030 부산세계박람회(등록엑스포)’를 국가사업으로 결정하였다는 소식을 전하였다. 이로써 부산은 정부와 함께 엑스포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게 되었다. 2023년 부산이 개최국으로 확정되면 부산은 미래 산업·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세계에 ‘동북아 중심 도시’로서 이미지를 알리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부산시는 엑스포 개최 장소를 북항 일원(309만 ㎡)으로 정하고, 이를 주변의 원도심과 부산 전체의 대개조를 이루는 기폭제로 삼고자 한다. 엑스포 행사(2030년 5월 1일~10월 31일)가 끝난 뒤에도 북항 일원은 ‘신성장 동력 중심지’로 육성된다. 비즈니스, 복합 문화, 해양산업 및 연구·개발(R&D) 등 3개 지구로 나눠 해양·전시·금융·관광산업의 중심지로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비즈니스 지구는 문현국제금융단지와 연계해 금융 허브로 조성된다. 복합문화 지구는 관광·레저 시설을 건설하여 동북아 레저·관광 산업의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해양산업 및 R&D 지구에는 해양 관련 스타트업이 들어선다.
앞으로 다른 국가들과의 유치 경쟁과 동남권 관문공항 조성 등의 과제가 남아있지만 세계적인 이벤트를 계기로 부산 도시를 새롭게 개편하고자 하는 전략은 주효할 것이다. 엑스포를 넘어 부산의 100년을 내다보며 도시를 대개조하고자 하는 시민의 염원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