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함께 모임을 가지는 지인들과 십시일반 장학금을 조성해 부산 해운대에 소재한 한 특성화고를 방문했다. 취업을 목적으로 진학한 고3 학생들이 장학대상이었다.
장학금 조성에는 부산청년정책연구원의 회원사들이 동참했다. 모두 30, 40대 젊은 기업인인데 어려운 경제여건에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을 돕는 일이라는 말에 금세 공감했다. 불과 나흘 사이에 목표로 한 장학금 500만 원을 모았다.
일부 회원사 중에는 장학금을 더 내려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만류했다. 한 번에 많은 기금을 조성하는 것보다는 적더라도 자주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는 연구원 실무자의 말에 나 역시 공감했기 때문이다.
학교도 이에 응답하는 차원에서 500만 원의 장학금을 무려 25명의 취업준비생에게 균등하게 나눴다. 장학금 전달식에서 오는 9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는 학교장은 이런 말을 했다.
“학생들은 장학금을 받는다는 점에 더욱 용기를 갖게 되고, 취업을 준비하는 데 희망을 갖게 될 것입니다. 오히려 많은 기업인이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덕담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곧 살벌한 취업현장에 나서야 하는 제자들이 겪을지도 모를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아는 때문인 것 같았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부산은 물론 전국적으로 취업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있다. 그나마 취업을 하더라도 고용은 불안정하기 마찬가지다. 전국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최근 부산의 취업난은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수치가 직접 말해주고 있다. 취업을 위해 부산지역을 떠나겠다는 20, 30대 청년이 10명 중 8명에 이른다는 지난 연말 우리 연구원의 여론조사결과는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사회는 취업하지 못하는 이유를 청년의 무능 탓으로 돌리고 이런 이야기를 듣는 청년의 좌절감은 커져만 간다. 그래서 악순환은 이어진다.
취업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취업난을 빗대 교통정체를 설명하는 ‘병목현상’은 익히 알려진 용어다. 갑자기 좁아진 도로에 한꺼번에 많은 차량이 몰리며 혼잡한 상황이 생긴다는 의미다. 결국 시간이 걸릴 뿐 차량은 모두 좁은 도로를 통과한다. 멈춰 선 경우는 사고차량뿐이다. 취업시장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 모두가 이러한 취업난 해결에 힘을 모아 청년들에게 희망을 선사해야 한다. 정부, 지자체, 기업 모두 미래세대를 위한 조금씩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청년실업 지표는 해마다 갱신된다. 올해 5월에는 ‘지난달 대졸 이상 실업자 수가 2년 만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잇달았다. 1999년 대학 입학과 함께 들었던 청년실업 문제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한 게 없다.
오랜 시간이 지나며 청년실업에 대한 시민들의 피로감도 커졌다. 여전히 심각한데도 언급할수록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모순이다. 문제는 그 자리에 청년이 홀로 남는다는 점이다. 청년에겐 ‘함께’라는 희망이 필요하다.
청년에게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좌절하지 않도록 용기를 주는 것이다. “좁은 구간을 통과하면 다시 쌩쌩 달릴 수 있을 거야”라는 격려 말이다. 장학금 전달식에서 학교장 역시 학생들에게 부디 용기를 갖고 꿋꿋이 헤쳐 나가라는 바람을 담았을 것이다.
이 땅의 젊은 청년들이 조금 더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들이 그들을 더욱 응원했으면 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또 다른 나눔의 의미가 될 수 있다.
부산청년정책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