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대한노인회는 노인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높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제시했다. 이로 인해 노인 연령 기준의 상향 조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물꼬가 트이는 듯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되지 못했다. 당시 ‘증세 없는 복지’를 추구하던 박근혜 정부가 노인 복지 비용의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대한노인회가 이런 제안을 하도록 요구했다는 의혹이 시민사회에 널리 확산됐기 때문이다. 상대 빈곤에 처한 노인의 수가 전체 노인의 절반 가까이 되는 심각한 상황에서, 더욱이 복지에 소극적인 보수 정부에서 이런 관제 이슈가 제기됐다는 의혹 탓에 진보적 시민사회는 즉각 반발했고, 결과적으로 이 논의는 ‘노인 복지 축소’ 프레임에 갇히면서 더는 정치사회적 공론화로 나아가지 못했다.
또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기초연금 월 20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파기하는 과정에서 대국민 사과까지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노인 복지의 축소로 간주되는 노인 연령 기준의 상향 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당시 여당도 ‘노인 복지 축소’ 프레임에 갇힐 게 자명한 이 논의를 선도할 정치적 동력을 끌어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이 조치로 인해 장차 노인 복지 혜택에서 제외될 50, 60대 연령층의 반발도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명분상으로도 정년이 짧은 조건에서 노인 연령 기준만 상향될 경우 소득 공백 기간이 더 길어진다는 점 때문에 이 이슈는 정치사회적 공론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결국, 이 논의는 이후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이 논의가 다시 등장했다. 지난 1월 보건복지부 장관은 “노인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정부가 아니라 사회보장의 확대를 국정 방향으로 제시한 진보 정부에서, 그것도 복지 재정을 걱정하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아니라 복지 확대를 주도해야 할 보건복지부 장관이 노인 연령 기준 상향 이슈를 제기했다. 2025년이면 노인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되고, 초저출산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경제·복지 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걱정하는 데는 문재인 정부의 보건복지부도 예외일 수 없다. 이 이슈는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공통의 중요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 노인 연령 기준 상향 이슈는 정치사회적 공론화가 더 용이해졌다.
이번에는 기재부 장관이 이 논의의 공론화에 사실상 힘을 보탰다. 지난 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정년 연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노인 연령 기준 상향 논의를 가로막고 있던 핵심적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적 포석으로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2007년의 ‘국민연금 대개혁’으로 인해 2008년부터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5년마다 1세씩 연장하기로 했고, 따라서 수급 연령이 당시 60세에서 2033년이면 65세로 높아진다. 2019년 현재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62세로 노인 연령 기준과 비교하면 3세가 낮지만, 공식 은퇴 연령인 60세보다는 2세가 높다. 만약 은퇴 연령이 60세로 고정된다면 2033년엔 간격(소득 크레바스)이 5세로 벌어진다. 이는 ‘일생에 걸친 보편적 소득보장’이라는 복지국가의 원리에 어긋난다.
그래서 선진 복지 국가들은 은퇴 연령(정년)과 공적 노령연금(국민연금)의 수급 시점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노르웨이는 은퇴 연령이 67세이다. 독일과 일본은 은퇴 연령이 65세인데, 독일은 2027년 67세로 연장하고 일본은 70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은퇴 연령이 65세 또는 그 이후인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60세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결국, 우리나라는 정해진 공적 노령연금의 수급 연령 스케줄인 ‘2033년 65세’에 대응하도록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늘리는 작업에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 이런 조치가 선제적으로 취해지지 않는다면, 이후 공적 노령연금 수급 연령의 추가적 상향 조정 논의는 아무 진전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대법원은 육체노동자의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올렸고, 최근 버스업계 노사가 운전사의 정년을 63세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 향후 주 52시간 노동제가 정착함에 따라, 또 매년 30만~40만 명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할 것이므로 자연스럽게 정년이 65세로 연장되는 업종이나 영역이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정년 연장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개입과 정치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일부 영역은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와 상충될 가능성이 있고, 어떤 업종은 고령자들에게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복지국가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잘 작동하는 ‘유연하고 안전한 노동시장’의 선제적 제도화와 함께 정년이 연장되도록 해야 한다. 경제부총리는 머지않아 정년 연장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정년 연장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대다수 노인은 노인 연령 기준 65세가 타당하지 않다고 여긴다. 결국, 정년 연장과 함께 노인 연령 기준의 상향 조정에 대한 정치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67세는 이제 노인이 아니다’거나 ‘생산가능인구의 상한은 64세가 아니라 69세’라는 말은 수용되기 어렵다. 65세가 노인 연령 기준이라는 오래된 인식은 변하기 어렵고, 국제적으로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즉,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로 올림으로써 65~69세는 이제 노인이 아니라는 식의 획일적인 결정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65~69세를 ‘초기 노인’, 70~80세를 ‘중기 노인’, 그리고 80세 이후를 ‘후기 노인’으로 분류하고, 연령 구간별 노인 인구에 대해 경제·복지 대책을 달리 세우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렇게 하면 노인 일자리, 소득보장, 사회서비스 필요가 연령 구간별로 비슷하게 구획되고, 각각에 부합하는 정책 패키지를 효과적으로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