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가들은 종종 시청률이 아주 높은 TV 프로그램이나 유명 연예인, 또는 사물에 ‘국민’이라는 단어를 붙이기를 좋아한다. 예컨대 ‘국민 드라마’ ‘국민 배우’ ‘국민 가수’ ‘국민 간식’ ‘국민 먹거리’ 등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식의 조어가 범람하는 데다 작명에 대한 뚜렷한 기준조차 없다 보니 이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반면 때로는 ‘국민○○’이라는 용어가 그처럼 잘 어울릴 수 없는 사례도 존재한다. 막걸리도 이 가운데 하나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고려도경 등에 농민들이 거칠게 빚은 술을 농주로 애용했다는 글이 실려 있을 만큼 막걸리의 기원은 오래됐다. 또 최근까지도 막걸리는 소주와 함께 서민의 시름을 달래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런 사실을 고려하면 막걸리를 ‘국민 술’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욕 들을 일은 아닌 게 분명하다.
그러나 이 같은 칭송과 달리 현재 막걸리가 직면한 현실은 낙관적이지 않다. 막걸리를 포함한 탁주 소비량은 2011년 40만8248㎘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하락세로 돌아서 2017년에는 32만2547㎘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막걸리를 ‘꼰대 술’로 여기는 젊은 세대 및 여성층의 외면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해석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농림축산식품부의 ‘2018주류소비트렌드’ 조사에서 다수의 여성은 막걸리 주점을 시대에 뒤떨어진 곳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역설적인 것은 국내에서의 ‘찬밥 신세’와 달리 막걸리 수출은 반등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해 해외에 팔린 막걸리는 1241만 달러어치로 2011년 이후 7년간 이어져 온 하락세를 마감했다. 일본으로의 수출이 준 대신 한류 열풍에 힘입어 동남아가 새로운 시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막걸리 빚기 체험 행사가 성공을 거뒀다고 한다. 잘 알다시피 뉴욕은 세계 각국의 음식이 한 데 모이는 미식문화 중심지. 아직 시작 단계이긴 하지만 그 지역에서 막걸리가 호평을 받았다면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행사를 주최했던 농림부도 이런 시도가 막걸리의 미국 시장 진출에 큰 힘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막걸리의 해외 수출이 늘어난다면 불황에 허덕이는 업계로서는 가뭄 끝에 단비가 온 셈. 홈 파티를 누구보다 즐긴다는 뉴요커들이 연회 때 와인 대신 막걸리로 분위기를 띄우고 손님을 맞이한다면 이는 K 팝에 이은 또 하나의 훌륭한 한류문화가 될 수도 있을 터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