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으면서도 부담됩니다.” 1년 전 ‘라돈 침대’ 사태 이후 매출이 크게 늘어난 라돈 간이 측정기 제조업체 A사에서 일하는 한 직원이 한 말이다.
지난해 5월 3일 국내 유명 브랜드 침대에서 라돈이 검출됐다는 보도 후 이 회사의 매출은 급격하게 뛰었다. 뜻밖의 호재를 맞자 A 사는 “실내 공기질을 모니터링하는 국산 기술을 개발해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자는 게 회사의 목표”라며 “의도하지 않은 사건의 반대급부로 특수를 누리 것처럼 알려지는 건 부담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근 환경과 관련해 특수를 누리는 산업과 제품이 늘고 있다. 신종플루와 A형 간염이 유행할 때는 마스크와 손 소독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미세먼지 공포가 확산되자 집마다 공기청정기가 필수 가전제품이 됐다. 이런 식의 수익 추구를 경영학계는 ‘공포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공포 마케팅이 보험업계의 주요 판매 기법이었지만, 지금은 금융 의류 가구 식품 등 산업 전반에서 국민의 불안을 활용해 마케팅을 펼친다.
공포 마케팅을 쓰는 곳은 산업뿐만이 아니다. 라돈 사태 이후 정부와 자치단체는 국민의 환심을 사려고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부산에서도 일부 지자체가 라돈 측정기를 무료로 대여할 뿐 아니라 지역 아파트를 상대로 라돈 측정을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생활방사선안전센터를 신설해 불안을 호소하는 가정에서 라돈 측정을 돕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다. 측정 결과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나와도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라돈이 검출된 제품의 배상이나 환불을 요구해도 대부분 업체가 거절하기 때문이다. 라돈 침대 사태를 야기한 가구업체도 처음에는 무상으로 제품을 교환해 주다가 여력이 안 되자 교환을 중단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진정해도 권고 수준에 그친다.
관련 법 개정으로 생활제품을 만들 때 방사성 물질을 쓰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 신설됐으나, 이미 피해를 입은 소비자를 구제할 법적 근거는 없는 상태다. 라돈 공포가 확산하자 정부나 지자체가 피해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전시행정’만 펼친 셈이다. “좋으면서 부담된다”는 A사의 태도를 정부나 지자체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라돈 사태 덕분에 국민의 환심을 샀으니 이제는 실질적인 피해 구제로 보답할 때다. 좋았던 만큼 부담 좀 느끼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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