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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디아스포라와 이민자가 짊어진 삶의 무게 /로이 알록 꾸마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9-09 19:03:3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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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바쁜 일상 속에서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는 쉽지 않다. 물론, 들을 기회가 있어도 이민자나 방랑자의 이야기까지 들어주는 것은 각박한 세상의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막상 골목길 어귀에서 누군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실은 그들도 그들만의 삶의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다.

올여름 부산시와 국제교류재단이 개최한 ‘부산 유라시아 청년대장정’의 일환으로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에 갔을 때 그곳 고려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카자흐스탄의 피겨선수 데니스 텐 피습사건이 일어났다. 한국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텐 선수가 강원도 원주에 있는 할아버지 무덤에서 돌멩이 하나를 가져와 자기 주머니에 늘 보관하며 경기 전 긴장할 때마다 그걸 어루만지며 용기를 얻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그의 장례식은 카자흐스탄의 문화관광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알마티 시민장(葬) 형태로 거대한 인파의 애도 속에 치러졌다.

이처럼 한반도를 떠나 새롭게 정착한 이들은 타지에서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됨과 동시에 떠나온 나라의 언어나 관습을 계속 이어나가는 경우가 많다.

해외 약 140개국에 700만 명의 한국인이 산다고 한다. 물론, 예로부터 사람들이 이곳저곳을 이주하였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나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던 세계적인 작가, 살만 루시디는 지금의 시대를 “방랑의 세기”라며 난민을 비롯한 이주민들이 “언제나 휴대용 침낭에 도시를 넣고 다닌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말처럼 많은 이가 더 이상 태어난 곳에서 살지 않고 이 나라에서 저 나라,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뿔뿔이 흩어져 저마다 추억을 들고 살아간다.

낯선 땅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민자의 삶은 외롭다. 재미교포 소설가 이민진의 영문 소설 ‘파칭코’는 끔찍한 삶을 묘사하고 있다. “도박에는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가 있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놀이를 이어갔다. 언젠가는 우리가 행운을 가진 사람들이길 바라며 말이다.” 이는 수많은 한인교포 삶의 공통적인 현실을 반영하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항상 더 나은 내일을 희망하며 집을 나서지만 난감한 현실은 영원한 모험을 수반한다.

이렇게 이민자의 삶을 그리는 문학작품은 ‘똑같은 세상’을 생각지 못한 시각에서 비춘다.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분명한 인간’으로 인식되기 위해 발버둥 치며 과거에 대한 향수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열렬한 욕망을 그린다. 이는 비단 한국 디아스포라 작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도 대륙의 디아스포라를 보더라도 세계적 수준의 작가들이 꾸준히 배출됐으며 계속해서 세계 문학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세계 많은 도시가 이민문학축제를 통해 삶의 논쟁들에 대한 적절한 시각을 제공하려고 서로 경쟁하고 노력한다. 2006년에 시작된 인도 자이푸르 문학축제는 매년 1월, 일주일 동안 약 20개의 외국어와 15개의 인도 언어를 사용하는 380명의 세계 유명 인사 및 작가, 출판사들이 참가해 약 6만 명의 열정적인 청중과 함께 축제를 즐긴다. 또 전 세계 언론과 지식인의 관심뿐만 아니라 수만 명의 관광객도 불러들이고 있다. 비슷한 예로 독일 쾰른에도 이런 문학축제가 있다. 축제가 많은 부산에서도 세계적인 문학축제가 열린다면 도시 브랜드를 높이며 큰 경제 효과를 마련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 수치를 넘어 왜 디아스포라 문학이 부산에 필요한 것일까? 바쁜 일상 중 문득 화소가 낮거나 높은 카메라로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를 찍어본 적이 있는가. 화질이 낮은 카메라는 아마 우리가 담고 싶었던 장미의 아름다움을 픽셀에 다 표현하지 못할 테지만, 화질이 좋은 카메라는 장미꽃 안에서 자고 있던 작은 개미마저 표현해 줄 수 있다.

삶과 현실의 무게와 깊이를 픽셀에 담는 카메라처럼, 좋은 문학과 작가는 우리 삶의 복합성과 인생의 모퉁이 곳곳을 표현해 주어,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도덕적 상상력을 펼칠 공간을 마련해 준다. 이러한 디아스포라 문학은 어린 독자 그리고 어른들에게 마치 거울처럼 다른 이에 대해서만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 그것을 통해 우리와 우리 사회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아닐까.

부산국제교류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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