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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30만 명이 100만 명을 부양하는 시대 /신수건

인구절벽 재앙상황 도래, 부산 등 지방 특히 치명적

해남 등 극복 지자체 많아 “자치단체장 직 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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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미래학자 해리 덴트는 2014년 자신의 저서를 통해 ‘인구 절벽(Demographic Cliff)’이란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절벽’이란 용어를 사용해 강조한 것이다. 협의적 개념으로는 소비를 많이 하는 40대 중·후반 인구가 줄어 경제 활동이 위축돼 심각한 경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특히 2015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16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 “한국은 2018년 이후 인구 절벽에 직면해 경제 불황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예지력은 놀라웠다.

지금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인구 절벽’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경우가 있을까. 2018년 대한민국을 우울하게 만드는 각종 지표가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고 있지만 최근 나온 출산율 지표는 충격 그 자체였다. 2분기 합계출산율 0.97명. 사상 처음으로 2분기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 태어난 신생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8.8% 줄어 17만1600명에 그쳤다. 통상 하반기보다 상반기 출생아가 더 많다. 올해 연간 출생아 숫자는 30만 명대 초반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이 처음으로 ‘0명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출생아 쇼크의 심각성이 더한 것은 애초 전망을 크게 벗어났기 때문이다. 불과 20개월 전인 2016년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서 올해 합계출산율 전망은 1.22명이었다. 그런데 실제 출산율은 합리적인 해석이 힘들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0년께 30만 명대가 붕괴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런 추세라면 당장 내년이 걱정이다. 1971년생 돼지띠는 102만 명이나 되고 2000년만 해도 연간 출생아 숫자는 64만 명대였다. 그러다 한일월드컵이 열리던 2002년부터 48만 명으로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제 30만 붕괴를 걱정할 시기까지 왔다.

신생아 30만 명 시대는 사회·경제적으로 엄청난 시련을 요구한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경제 위축을 부른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심각해지면 그에 따른 노동력 부족과 소비 감소로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웃 나라 일본도 1990년 초반 인구 절벽 현상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각종 산업이 쇠퇴하고 장기 불황에 빠졌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면 현재의 각종 사회보험과 국민연금을 지금처럼 유지하기 위해서는 청년 세대가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면 그만큼 청년 세대에게 부담이 커진다. 30만 명이 100만 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그래서 고통스럽지만 연금 개혁을 좀 더 빨리 진행하자는 말이 설득력을 갖는다.

인구학자로 유명한 서울대 조영태 교수는 은퇴 후에 본인부터 사학연금을 못 받을 것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인구 감소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이 학교인데, 학생 수 급감으로 교직원들의 대거 구조조정이 곧 닥칠 것이고 이는 사학연금 고갈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출생률 저하는 특히 지방에 치명적이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한국의 지방 소멸 2018’을 보면 전국 228개 기초단체 가운데 ‘소멸 위험 지역’은 89곳(39.0%)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부산은 영도·동·중구 등 원도심 3개 구가 포함됐다. 특히 한때 30만 명을 넘었던 영도는 전국 대도시 구(區) 단위 지자체 중 가장 소멸위험지수가 낮다. 이 지수는 한 지역의 20~39세 여성인구 수를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로 나눈 값으로, 0.5 미만이면 소멸 위험 지역이라고 정의한다. 즉 가임여성인구수가 고령자수의 절반 이하인 지역으로, 저출산·고령화로 공동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제 정부는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는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비상사태를 선언해야 한다.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자치단체장들은 직을 걸고서라도 출생률 높이기에 나서야 한다.

‘땅끝마을’로 유명한 전남 해남은 신생아 작명까지 해주는 다양한 출산 장려정책으로 지난해 합계출산율을 2.1명까지 올렸다. 일본 도쿄에서 400~500㎞ 떨어진 변방의 소도시 후쿠이현 사바에시는 세계적인 티타늄 안경을 생산하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해 끊임없이 인구가 늘고 있다. 이 도시는 가구당 소득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일본 정부와 민간 싱크탱크로부터 도쿄·오사카를 제치고 가장 살기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 도야마현 도야마시는 2000년부터 콤팩트시티로 사람이 다시 찾는 도시를 만들었다. 인구 문제가 일자리 등 국가적인 해결 과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자치단체장의 역량에 따라 절대 해결 불가능한 재앙이 아니라는 말이다.

편집국 부국장 giant@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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