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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경제적 생존, 협력 그리고 우선순위의 변화 /로이 알록 꾸마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11 19:27:3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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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87번째 생일을 앞둔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에게 누군가 이러한 질문을 던졌다. “만약 바닷가를 떠다니는 오래된 양피지 두루마리처럼 천 년 후 이곳에 살고 있을 후세들이 이 영상을 보게 된다면 어떠한 말을 남기고 싶으냐”는 것이었다. 이때 러셀은 두 가지 조언을 한다. 지성과 도덕에 대한 것이다.

이 중 도덕에 대한 답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사랑은 지혜롭고, 미움은 어리석다. 각기 다른 곳의 사람들이 점차 서로와 가깝게 연결된 사회를 살아가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어떻게 서로에게 관대해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다른 이가 내가 무척이나 싫어하는 소리를 해도 그것을 버틸 수 있는지 배우는 것이다. 결국 어떻게 우리가 ‘함께 죽어가는 방법’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며 자비와 관용을 베풀 수 있는지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실화를 각색한 중국 블랙 코미디 ‘다잉 투 서바이브(살기 위해 죽는다)’는 무척이나 현실적인 단면을 보여준다. 중국 장쑤성에서 옷감 무역에 종사하는 주인공 ‘루용’은 2002년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아 매달 2만3500 위안(한화 약 390만 원)을 들여 스위스의 거대한 제약회사 ‘노바티스’의 암 치료제 ‘글리벡’을 복용한다. 몇 년 후 주인공은 ‘비낫’이라는 인도산 약이 효과는 비슷한데 매달 3000위안(약 50만 원)밖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자 그는 이 정보를 환자 1000명과 공유하고 약의 유통에 도움을 주다 이 약이 중국 내 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조약 유통 혐의로 체포된다. 실제로 당시 많은 암환자가 그의 석방을 위한 청원서를 썼다. 감옥에서 4개월을 보냈던 그는 결국 재판에서 개인적으로 이 약의 유통을 통해 이익을 보지 않았다는 것이 인정돼 풀려나게 된다.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 영화가 개봉된 뒤 중국은 상승하는 의료비의 현실과 인도와 제약 분야의 협력을 감안해 최근 인도산 제약에 관한 관세 인하를 결정했다. 이는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인도 나렌드라 모디 수상이 고품질 제약용품의 중국시장 내 등록 건에 대해 협조를 촉구한 배경도 있지만 동시에 양국 정상의 만남이 경제적 협력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됐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한국의 경우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냉장고, 평면TV 패널 등을 생산하는 인도 노이다(Noida) 공장에 491억5000만 루피(약 8580억 원)를 투자해 생산량을 배 이상 높이기로 했다. 이는 포스트-차이나 시나리오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의 변화, 인도의 움직임을 염두에 둔 비즈니스적인 결정이다. 이는 단순히 모디 수상의 실행력이 아니라 인도의 경제학자 출신인 만모한 싱 전 수상 때부터 진행되어온 정책과 규제 개혁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인도 제품들의 글로벌 시장 진입과 저숙련 근로직에서부터 경영인까지의 다양한 인적 경쟁력은 아주 긍정적이다. 다른 브릭스 국가들의 경제가 침체되어 가는데도 인도 경제가 강세를 보이며 특히 다른 강대국들의 경제 정책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독립적일 수 있었던 이유로 보인다.

과거 인도와 한국의 파트너십을 통한 경제적 협력의 성공적 사례는 많다. 타타대우상용차, 쌍용 & 마힌드라 그룹, 노벨리스 코리아 & 아디티아 벌라 그룹 등이 기대했던 것보다 빠르게 성장하며 한국산 제품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길을 열었고, 이에 따른 일자리도 성장세를 보였다. 인도에서 이런 기업의 성장은 정치에 무관한 능동적인 개혁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들이 전 세계 무역시장을 뒤흔들고 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인도 방문은 상호협력에 있어서 긍정적인 시도이다. 일본 기업들이 이미 인도에 깊숙이 진출했고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포스트-차이나, 인디아 시나리오에서 한국도 적극적으로 시너지를 함께 만들 필요가 있다.

동시에 부산도 단순히 자매도시인 뭄바이뿐만이 아니라 인도의 다른 지역과도 협력을 통해 부산인들과 기업들이 함께 경제적 유대 관계의 초석을 다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결국 60여 년 전 러셀이 말한 것처럼 우리가 함께 죽는 것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지혜를 습득하고 세계화의 연결 고리에 따른 도전에 버티는 법을 배워야 한다.

부산국제교류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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