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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성 칼럼] 공직자의 침묵

4대 강 사업이 망친 건 수생태계만이 아니다

함께 붕괴된 공공성은 어떻게 복원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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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감사원이 발표한 4대 강 사업 감사 결과에는 그다지 놀랄 만한 내용은 없었다. 공공연한 비밀 내지 충분히 짐작했던 의혹들을 공식적으로 확인시켜줬을 따름이다. 낙동강 최소 수심 6m 준설, 4대 강에 8억t의 물을 가둘 수 있는 대형 보 16개 건설 등등. 이 모두를 결국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깨알같이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이제야 MB를 ‘주범’으로 지목한 셈이다.

정책결정 과정에서부터 환경영향평가 등 법적 절차, 진행에 이르기까지 사업 전반을 살폈다는 점에서 앞서 세 차례의 감사와 다르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하지만 단일 사안을 두고 8년에 걸쳐 네 번이나 실시한 이번 감사는 또 다른 차원에서 심각한 과제를 남긴다. 수십 조짜리 국책사업의 수행 과정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여실히 보여줬듯 우선 정부 조직의 비효율 문제이고, 그다음은 실책을 수습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의지와 역량에서의 무기력이다.

2008년 8월 말 MB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여론에 막혀 좌절되자 당시 국토해양부 장관을 불러 주요 하천정비사업을 지시했다. 국토부가 그해 11월 마련한 4대 강 사업은 13조9000억 원을 투입, 퇴적이 심한 구간을 준설해 홍수를 예방하고 친수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하지만 MB는 ‘사실상 대운하 사업’이나 진배없는 지금 모습의 4대 강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나섰다. 4대 강 사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국토부는 애초 ‘보 설치와 준설은 운하용으로 수자원 확보에는 대안이 안 된다’는 내부 결론을 냈다. 하지만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하고는 태도를 바꾼다. 그리고 두 달 만에 대통령 지시를 고스란히 반영한 마스터플랜을 내놓았다.

환경부도 태도를 급선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4대 강에 보를 설치하면 조류 농도 증가 등 수질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환경부는 4대 강 모든 수역에서 수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맞춤형 보고’로 대통령의 비위를 맞췄다. 감사원은 네 번의 감사를 거듭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치감사’ 논란을 불렀다. 앞서 두 차례는 MB 정부에 면죄부를 준 꼴이 됐고, 세 번째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건설사 담합을 규명하는 선에 그쳤다. 이번 네 번째 감사는 계획 수립부터 깊숙이 개입한 MB가 부실덩어리 국책사업의 최종 책임자라는 게 결론이다.

4대 강 사업은 최고 권력자인 MB의 독단적인 아집과 강요에 ‘노(No)’라고 말하지 못하는 관료조직의 무능과 비겁이 버물려진 최대의 실패작 중 하나쯤으로 정리하고 넘어가면 되는 일인가. 감사원은 당시 정책결정과 추진 과정에 관여했던 공무원들의 위법사례가 적발됐으나 이미 퇴직을 했거나 공소시효가 지나 징계나 수사 요구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직사회에선 “공무원이 무슨 힘이 있나, 까라면 까야지”라는 자조적인 소리부터 나온다. 그 반대 쪽에선 예의 영혼 없는 공무원론을 들먹인다. 심지어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들이대는 이도 있다. 4대 강 사업의 실패를 유태인 학살에 비유하는 것도 지나치지만, 월급쟁이 공무원의 생존주의, 소위 먹고사니즘에 업혀 면책받으려는 시도 역시 터무니없다.

공무원들이 궁극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는 다름아닌 국가의 공공성이다. 공직사회 구성원들이 권력으로부터,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얼마나 독립성을 유지하느냐의 문제다. 공공성이 무너지면 국가 능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도 공공성 위에서 돌아가는 체제다. 우리는 이를 박근혜 정권에서 경험적으로 절박하게 확인했다. 공공성에 대한 책무는 대통령이 가장 크고, 서열이 낮을수록 크기는 줄어들지언정 그 엄중함에는 차이가 있을 수 없다. 그들을 공복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코미디 같지만 4대 강 사업으로 정부 포상은 받은 사람은 모두 1152명이다. 이 중 훈장과 포장은 255명, 이 가운데 공직자만 101명이다. 4대 강 사업의 공범 내지 부역자들이다. 어디에나 이런 부류는 존재하기 마련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손 쳐도, 정작 두려운 건 합리적 반론조차 외면한 대다수 공직자의 침묵이다. 그들에게 불의한 권력에 저항이나 헌신적 희생을 요구하는 건 부당할 테다. 하지만 4대 강 사업의 정의를 묻는 것은 여전히 타당하다.

MB는 4대 강 사업으로 공동체의 이익을 파괴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같은 이치로 공직자로서 국가의 공공성이 무너지는 걸 번연히 알면서 침묵했다는 건 명백한 직무유기이고 지탄받을 일이다. 붕괴된 공공성은 전혀 복원되지 않고 있다. 이 지점에서 4대 강 사업에 따른 50년간의 총비용이 31조 원, 총편익은 6조6000억 원에 불과하다는 경제성 분석은 오히려 사소해 보인다. 결국 이번 감사원의 네 번째 감사도 유감스럽게 미완성이다.

논설주간 jcp1101@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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