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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안상영과 오거돈 /신수건

安, 30년 전 신공항 등 구상…2004년 비극적인 변고 후 吳, 정치인 운명적 변신

14년 만에 돌고돌아 온 시청, 해양수도 건설 등 매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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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서울올림픽 개막을 두어 달 앞둔 즈음이었어요. 한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는 영도 목장원 앞에서 안상영 당시 부산시장이 취임 후 첫 지방 초도순시차 내려온 노태우 대통령에게 인공섬·외곽순환도로와 함께 가덕도 신공항 계획을 보고했습니다. 부산의 미래를 바꿀 엄청난 청사진이어서 아직도 그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몇 해 전 해운대에서 만난 부산 도시계획의 산증인인 이재오 전 부산시건설본부장은 가덕도 신공항 구상이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시작됐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전 본부장은 당시 작성했던 ‘부산도시개발정책보고(2000년 태평양시대 위상 정립)’라는 빛바랜 책자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이 책자에는 가덕도 신공항, 인공섬, 광안대교 등 외곽순환도로, 1998년 부산엑스포 유치 계획 등이 빼곡히 담겨 있다. 이 전 본부장은 “그 이전까지만 해도 강서지역은 문화재보호구역과 철새 도래지가 많아 개발을 엄두도 못 냈다”며 “시 간부들도 모르게 비밀리에 가덕도 신공항 계획을 세워 노 대통령에게 보고해 외부에 처음 알렸다”고 기억했다. 당시 가덕도 신공항 규모는 980만여 ㎡로 몇 해 전 부산시가 구상했던 규모보다 3배가량 넓다. 이 계획엔 신공항과 함께 북항대교 을숙도대교 등 외곽순환도로 건설 계획 등도 포함됐다. 서병수 전 시장이 강력 추진한 부산엑스포도 이미 계획됐다.

당시는 민선자치가 출범도 하지 않은 시대였다. 한강 종합개발을 진두지휘한 서울시 종합건설본부장 출신 안상영의 손에 의해 이미 30년 전 부산의 도시계획 밑그림이 거의 짜인 것이다.

일주일 전 민선 7기 부산시장으로 취임한 오거돈 시장은 안상영 전 시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으로 얽혀 있다. 안상영이 없었다면 좋든 싫든 지금의 오거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검찰 조사를 받던 안상영이 주례구치소에서 비극적으로 유명을 달리한 2004년 2월 4일 이후 오거돈의 삶은 본인 의지와는 관계없이 완전히 바뀌었다. 운명이었다. 행정가 오거돈에서 정치인 오거돈으로. 그의 인생은 어쩌면 안상영의 죽음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당시 부산시장 권한대행이었던 그는 이후 네 차례 소수 정파 후보로 부산시장선거에 도전했다. 역시 안상영의 변고(變故)로 생각하지 못했던 정치인의 길로 나선 허남식과 두 차례, 서병수와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열린우리당 후보로 처음 선거에 나간 2004년 보궐선거에서는 득표율 37.7%를 기록했지만 2006년에는 더 떨어져 24.1%로 낙선했다. 하지만 2014년 49.3%에 이어 올해 6·13지방선거에서 55.2%를 얻어 대망을 성취했다. 그는 당선 후 언론 인터뷰에서 “못 돌아올 줄 알았다. 시민들이 다시 불러주셨다”고 그동안의 속앓이를 솔직히 표현했다.

이제 그가 그토록 갈망하던 ‘오거돈 시정’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그에게는 23년 만의 지방권력 교체라는 대업을 달성한 데 대한 기대감과 함께 적지 않은 우려도 따라다닌다. 특히 14년 전 부산시를 떠난 인물의 컴백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도 상존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제 오 시장은 이런 우려를 성과로 극복해야 한다. 첫 번째 시험대는 가덕도 신공항 문제가 될 것 같다. 오 시장은 선거기간 내내 우직하게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의지를 표명해왔다. 그가 당선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수도권과 대구·경북의 거센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으로 신공항 문제를 공론화시키자 비수도권 공항을 ‘고추나 말리는 공항’이라도 조롱하던 중앙 언론들은 이번에도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각종 난제가 둘러싸여 있지만 쉽게 발을 빼서는 안 된다. 신공항 문제는 잘못 대응하면 임기 내내 시정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동북아해양수도에 걸맞은 부산의 자존심도 되찾아야 한다. 6·13지방선거 기간 인천에서는 ‘서인부대(서울-인천-부산-대구)’라는 말이 나돌며 부산을 자극했다. 그동안 역대 부산시장들은 부산의 목소리를 내는 데는 인색했다. 오 시장은 지방권력 교체라는 대업을 달성한 만큼 수도 서울과 ‘맞짱’을 뜨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경제 위기 극복도 당면과제다. 부산의 실업률과 고용률 등 각종 경제지표는 나아질 기미가 없다. 인재들은 대학 입학 때부터 서울로 떠나고 부산에서 직장을 갖고 싶어도 갈 데가 없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부산만의 차세대 먹거리를 창출하는 데 시정을 올인해야 한다.

오거돈을 정치판으로 불러낸 안상영은 30년 전 미래 부산의 그랜드디자인을 설계했다. 14년을 돌고 돌아 마침내 부산시로 돌아온 오거돈에게는 더 무거운 과제가 놓여 있다. 4년의 임기는 그를 당선시켜 준 시민의 준엄한 명령을 이행하기에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편집국 부국장 giant@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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