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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결국 하나가 된다, 소결(燒結, sintering) /김진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6-11 19:26:0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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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모든 반응과 현상은 에너지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그래야 불안정한 상태에서 안정한 상태로 되기 때문이다. 초기 빅뱅에 의한 우주의 탄생, 지금 이 시간에도 끝이 없이 팽창하는 우주도 결국은 전체 에너지를 낮추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높은 에너지 상태를 낮추려는 현상을 이용해 어떤 특정한 제품을 만드는 방법으로 필자가 연구하는 분말야금 공정(powder metallurgy process)이 있다.

단어에서도 쉽게 연상되듯이 바로 아주 작은 약 100㎛ 이하, 즉 머리카락 굵기의 작은 금속분말을 이용하는 기술이다. 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도자기 제작 기술과 동일하다. 도자기는 진흙(돌가루+물)으로 원하는 형태를 만든 후 고온에서 구워,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다. 우리는 수천 년 전 구석기시대부터 이 기술, 즉 진흙을 구워 토기나 생활용품을 만들어 왔다. 돌가루처럼 금속가루(분말)도 원하는 형태를 만든 후 고온에서 구우면 분말들은 서로 합체(coalescence)가 일어나서 한 덩어리가 되고 최종 제품이 된다. 이 굽는 과정을 전문 용어로 소결 (燒結, sintering)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고온에서 굽는다는 뜻이다. 소결제품으로는 집 주방에서 흔히 보는 접시, 커피잔 등 모든 세라믹제품이 있다. 용광로에 쓰는 대형 도가니도 돌가루를 고온에서 구워 만든다. 금속 소결 제품으로는 백열전구, 자동차 전조등에 들어가는 필라멘트(텅스텐 소재), 휴대전화 진동 모드에 사용되는 소형진동자(텅스텐 합금 소재), 손목에 차는 초정밀 시계부품을 만드는 정밀공구(초경 소재), 자동차 엔진부품과 기어 기계 부품(철계소재)등이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제조 혁신에 응용되는 금속 3D프린팅은 바로 금속 분말과 금속 소결 과정을 응용하는 공정이다. 금속 분말을 하나씩 쌓아가면서 고출력 레이저로 소결해가면서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공정이다.

그럼 왜 돌가루나 금속가루는 온도를 올리면 한 덩어리가 되어 단단한 제품이 되는 소결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이는 높은 에너지를 낮은 에너지 상태로 바꾸려는 자연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돌가루나 금속가루는 작은 크기로 인해 비표 면적이 매우 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에너지 상태가 매우 높다. 또한 분말들을 형태로 만들기 위해 서로 붙여 놓으면(성형) 두 분말 사이에는 새 경계(boundary)가 만들어진다. 이 경계는 치밀한 결정 구조를 가지는 분말 내부와 달리 원자들의 결합이 끊어진 상태, 즉 열린 구조(open structure)로 존재한다.

이 열린 구조의 경계는 항상 불안정하여 온도를 가열하면 원자들의 움직임과 이동이 활발하다. 이러한 불안정한 구조로 인하여 고온에서 일정한 시간이 경과하면 결국은 같은 종류의 분말은 동일한 원자 배열 상태가 되어 하나가 된다.

도보회담, 새 소리만 들리던 적막감 속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담에 우리는 정말 평화로움을 느꼈다. 하지만 도보회담 장소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불안정한 긴장감이 넘치는 비무장지대(DMZ), 바로 일촉즉발의 전쟁위험이 있는 국경선(경계)인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이 비무장지대 경계지역은 한국전쟁으로 생겨나 한반도에 무려 70여 년 생채기로 남아 있는 아물지 않는 상처이다. 이 경계로 남과 북은 같은 핏줄, 한 혈육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상과 생각, 생활을 하고 있다. 항상 불안한 지역이다. 이 불안정한 경계지역은 에너지 상태가 높아서 결국은 에너지 상태가 낮은 상태로 가기위해서는 소멸되어야 한다. 경계지역은 분말 재료공학에서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온도가 조금만 가열되면 결국은 소멸하고, 분말들은 하나가 되어 안정한 구조체가 된다.

70년 동안 떨어져 있던 같은 한민족인 우리 남북한도 이젠 따뜻한 화해의 분위기에서 결국은 하나가 되는 것이 당연한 자연의 법칙이다. 분말 재료공학에선 하나의 덩어리가 되는 소결은 통상 1시간이면 되는데, 한반도의 소결의 법칙은 왜 이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모르겠다. 소결시간도 빨리 단축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인 것을.

울산대 교수·첨단소재공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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