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정치, 하지 마라” /신수건

안희정, 성폭행 ‘추락’…盧 16년 전 ‘환상’ 경고

권력, 국민 위임받은 것…6·13지방선거 출마자 정치 판타지 갖지 말길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생을 마감하기 두 달 전쯤인 2009년 3월 4일 ‘사람 사는 세상’ 홈페이지에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정치, 하지 마라.”

노무현은 이에 대한 설명을 해당 홈페이지에 비교적 구체적으로 남겼다. “정치, 하지 마라. 이 말은 제가 요즈음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하는 말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담으로 하는 말입니다.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하여 잃어야 하는 것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지지자들은 이걸 퇴임 후에 그가 겪은 정치적인 고충을 나타낸 것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노 전 대통령 주변 수사 등을 연계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노무현의 ‘정치, 하지 마라’는 말은 이미 그전에도 나왔다. 그것도 대선 승리라는 대업을 달성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축하의 샴페인을 터뜨릴 때다.

2002년 12월 대통령에 당선된 후 제주도로 간 노 대통령은 최측근 안희정과 이광재 둘만을 조용히 불렀다. 이날 둘은 기자들의 눈을 피해 다른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날아갔다. 2005년 출간된 ‘참여정부 절반의 비망록’(저자 이진 전 청와대 행정관)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적포도가 몇 순배를 도는 사이 밤 11시가 가까워졌다. 안희정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노 대통령이 뜻밖의 제의를 했다. 총선(2004년 17대 총선) 출마를 포기하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내가 겪은 고통을 자네들이 또 겪게 하고 싶지 않아’라는 말을 하면서. 안희정의 손을 꼭 잡은 노 대통령의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안희정의 답변은 이랬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혼자서도 잘할 수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노무현의 16년 전 충고는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가 그토록 아끼던 안희정이 힘없는 여성 비서를 유린했다. 사람들은 안희정이 ‘권력형 나르시시즘’에 빠졌다고 했다. 차기 대권을 위해 충남도지사 3선까지 포기한 그는 일순간 잡범으로 추락했다. 노무현의 말대로 ‘정치를 안 했으면’ 어쨌을까. 권력을 잡지 않았더라면, 피해 여성들을 한갓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괴물’은 되지 않았을 거라는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권력은 칼끝의 꿀을 혀로 빨아먹는 것과 같다고 했다. 칼에 묻은 꿀은 달지만 자칫 그의 입술을 베일지 모른다. 그만큼 정치는 여차하면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는다.

그런데도 정치의 매력은 동서고금으로 식지 않는다. 특히 경제적으로 근대화와 산업화, 정치적으로 권위주의 독재와 민주주의 과정을 짧은 시간에 누구보다 역동적으로 경험한 대한민국에서 정치에 대한 환상은 더욱 유별나다. 부산시의회 의장을 오랫동안 지냈던 한 정치인은 퇴임 후 겪었던 권력의 ‘금단 현상’을 이렇게 전한 적이 있다. “의장 임기를 끝낸 뒤 자연인으로 돌아온 어느 날, 건물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는데 오질 안 와. 가만히 보니 버튼을 누르지 않은 거야. 오랫동안 수행 비서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미리 눌러 대기하던 습관에서 못 벗어난 거지….”

정치와 권력은 이 같은 판타지를 제공하지만 실상 불편한 것도 그 이상 많다. 우선 상당히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인 분야다. 세상 이치란 게 투자만큼 일정한 소득을 예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치만큼 뜻대로 되는 게 없다. 선거에서 당락을 가르는 3요소로 구도, 인물, 바람을 꼽는다. 하지만 정치 현실에서는 비이성적인 ‘바람’ 앞에 버틸 재간이 없다. 몇 해 전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차관 출신의 한 경제 관료는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한 적 있다. “정치판에 들어와 보니 인물, 구도 아무 필요가 없습디다. 바람 불면 끝이더라고.”

세상이 깨끗해지면서 정치인이 갖는 메리트도 거의 없다. 예전에 사업하는 사람들이 선출직에 진출하면 “사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색안경’을 끼고 많이 봤지만 적어도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사업에 소홀하고 현직 정치인으로 겪는 역차별로 인해 사업이 크게 기울어졌는데도 속앓이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다 가족과 지인 등 주변 사람이 겪는 고통이 너무 크다.

프랑스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국민은 섬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한 위임자로 지도자를 선출한다”고 설파했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그들을 대리할 정치인을 뽑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정치인은 선출과 동시에 국민 위에 군림하려 든다. 지도자를 뽑았는데 지배자가 되려는 것이다.

다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에도 여지없이 정당마다 배지를 노리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행여 지배자가 되려는, 혹은 권력의 판타지에 끌려 출마하려는 사람에게 노무현의 유훈을 다시 전해주고 싶다. “정치, 하지 마라.”

편집국 부국장 giant@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3. 3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4. 4‘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7. 7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8. 8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9. 9‘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10. 10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1. 1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2. 2‘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3. 3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4. 4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5. 5'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6. 6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7. 7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8. 8교육위 국감 화두 ‘교부금 축소’…“교육감 대응도 안일” 질타
  9. 9부산회생법원 국감 “지역언론 가치 고려 국제신문 살펴야”
  10. 10李 대통령, AI에 물었다…“중수청장 국무회의 배석불가는 억지”
  1. 1‘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2. 2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3. 3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4. 4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5. 5가덕 6200억 증액 확약 절실…국회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
  6. 6"세무조사 때 금품·향응 수수"…국세청 직원 5년간 31명 징계
  7. 7올해 부산 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다'…1년새 2만5000명↑
  8. 8부산은행, 불꽃축제 등 지역축제 발전에 2억 후원
  9. 9관광과 지역민 함께 성장을…세계가 부산서 묘책 찾는다
  10. 10“친환경 항만 투자 100억 당, 부산 124억 생산유발”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3. 3‘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4. 4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5. 5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6. 6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7. 7[속보]20일 부산서 70대 남성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사망
  8. 8“기존 공부량 유지하며 취약점 공략…남은 주말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9. 9APEC공원·금련산역 러너지원공간 문 열어
  10. 10‘부캉이’ 수로 출구 부근까지 유도…그물 주위 맴돌며 바다로 안 떠나
  1. 1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2. 2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3. 3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4. 4"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5. 5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6. 6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7. 7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8. 8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9. 9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10. 10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주당 ‘13.7시간’ 고용
발가벗겨진 사우디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미래대응기금, 지방재정 기반 흔들어선 안 된다
단일종목 ETF 졸속 심사 인정…책임 소재 밝혀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문화예술의 시대
다민족 사회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