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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칼럼] 지금 부산에 ‘제인 제이콥스’ 살고 있다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3-08 18:55:44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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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 전, 한 손엔 피켓을 또 한 손에는 펜을 들고 뉴욕 맨해튼을 누비던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를 기억한다. 당시 마천루 도시 뉴욕은 무지막지한 개발속도와의 전쟁과 끝없는 건물 높이와의 경쟁을 치르고 있었다. 그녀는 음흉한 정치 논리와 경제적인 힘에 주도되던 미국식 도시 (재)개발에 대한 문제 제기 속에서 보행권 회복과 도시 약자 중심의 도시재생 운동을 펼쳤다. 1961년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이라는 책을 통해 현실 추종적인 도시변화에 대한 강력한 비판과 함께 당시 사회에 던졌던 그녀의 경고와 판단들!
제이콥스는 무던히도 ‘용도 복합’ ‘저층 고밀의 소규모 블록 개발’ ‘오래된 건축물의 보존’ ‘시민 활동의 집중’ 등을 외쳤다. 도시는 잘게 썰어야 하고 또 혼합되어야 하며, 오래된 것을 소중히 여기며 분리된 통일이 아닌 여러 가지가 동시에 공존하며 이루어지는 도시 가치를 주장했다. 이에 대한 추구는 결국 도시의 다양성을 가져와 걷고 싶고 머물고 싶은 살아 있는 삶터로서의 도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의 강력한 시대 흐름이자 단일성과 균일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모더니즘에 저항했던 그녀의 믿음, 즉 새것만이 창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낡고 오래된 것에서 진정한 창조가 시작될 수 있다는 그녀의 혜안은 지금 맨해튼 곳곳의 골목길에서 번져가는 시민 웃음소리의 바탕을 제공했다. ‘그때 그곳에 제인 제이콥스가 없었다면!’ 지금의 뉴욕은 로버트 모제스(Robert Moses)가 저질러 놓았던 삭막한 회색의 모더니즘 도시로만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제이콥스가 도시계획이나 건축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타이피스트였고 지방신문사의 프리랜서 기자였다. 그 이후 뉴욕에서 우연히 시작한 ‘Architecture Forum’의 부편집장 일, 이것이 끝없는 (재)개발 논리 속에서 마천루들과 도시고속도로의 건설을 주창했던 뉴욕 도시계획과 건축에 대한 반기를 들게 된 전환점이었다. 그렇다. 도시는 마치 행정가와 전문가들에 의해서만 변화되어 가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 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제대로 움직여간다. 제인 제이콥스는 1950, 60년대 뉴욕에 있어 그런 소중한 시민이었다.

어느 세미나에서 2030 부산도시기본계획 상의 목표인구가 410만 명이라 들었다. 기존 인구를 초과하는 약 60만 명의 인구를 채우기 위해 동부산권과 서부산권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2030 플랜의 핵심 논리라는 것이다. 인구는 줄어든다 하고 원도심 인구의 소멸 위기가 도래할지 모른다고 하는데, 참으로 비효율적인 도시경영 속에서 우린 머물러 있고 또 헤매고 있다. 또 다른 스타일의 모더니즘 도시로 치닫는 부산, 20세기 중반의 뉴욕 맨해튼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다행히도 시대가 바뀌어 역사와 사람에 근거한 여러 도시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그 힘이 너무 약해 보이고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 제이콥스에게 ‘2018년의 부산’을 진단하고 ‘2030의 부산’을 물어보고 싶다. 그녀의 혜안을 들어보고 싶다.

맨해튼에 대한 제이콥스의 혜안은 (재)개발 사업을 단지 반대하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도심 활력을 위해서는 도심 용도가 복합되어야 하기에 단일 용도의 초고층 빌딩을 짓는 일은 지양되어야 하고, 흥미롭고 즐거운 도시를 위해서는 모퉁이를 돌 기회가 많은 짧은 길이의 블록들로 도시를 채워야 하고 그래서 작은 블록들을 통합하여 단일 단지로 개발하는 밀어내기식 재개발은 하지 말아야 하며, 오래된 건축물은 새로운 도시 변화의 촉발체가 될 수 있기에 함부로 해체하는 일은 금지되어야 하며, 또한 어떤 이유든 사람들이 오밀조밀 집중하여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그녀의 논리 속에는 명확한 도시 철학과 시민 공감의 중요성, 그리고 후손들이 살아갈 미래도시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었다. 그녀에게 도시가 도시답게 지속될 수 있는 핵심 요인 한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코 ‘풍부한 다양성’으로 결론지을 것이다. 이러한 다양성이 가장 보편적으로 드러나는 도시의 장소로는 ‘거리’를 꼽을 것이다. 도시의 거리가 살아나는 것, 이것이야말로 살아 숨 쉬는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한 최고의 지향점이라고 제이콥스는 얘기한다.

부산의 큰길가 주변 곳곳에 새로운 단지형 고층도시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동부산과 서부산에서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대형 도시들이 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제이콥스가 도시의 다양성과 거리의 중요성을 외쳤던 때가 무려 50여 년 전임에도 그녀의 외침은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하다. 지금 우리가 열심히 하고 있는 일들이 부산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거리를 죽이고 있지는 않은가? 대형 건물 내부의 쇼핑몰을 제이콥스가 얘기하는 거리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언젠가부터 우리는 도시재생사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데 이리도 재생을 외치는 가운데서도 (재)개발을 더더욱 극성으로 전개하고 있다. 왜일까? 재생과 (재)개발의 대상이 다르기 때문일까? 아니다. 단언컨대 우리에게 미래도시에 대한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경직된 법과 돈의 많고 적음에 끌려다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도시 가치나 시민 공감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도시는 일이 년만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법·제도나 돈으로만 도시를 작동시키는 일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위험한 일이다. 다음 세대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도시보전과 관리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철저한 원칙과 기준이 작동되어야 도시는 도시다워질 수 있다. 우리의 실상과 실태를 냉정히 되짚어보아야 한다. 도시의 활기를 공급하기 위해 열중하고 있는 사업들이 오히려 우리 도시를 반(反)도시적인 도시로 몰고 가고 있지 않은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각종 사업 속에 후손들이 살아갈 그 미래를 진정으로 기대하는 두근거림이 과연 있는지 찬찬히 살펴보아야 한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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