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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칼럼] ‘특별한’ 도시재생에 대한 염원

국비 의존적이고 단기적인 성과 내기에 옥죄이는 도시재생

전 시스템의 혁신과 통합·주체가 따로 없이 융합해야 성공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1-16 19:37:41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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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모임에서 ‘가난’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결론적으로 가난은 경제적 가난보다 사회·정서적 가난, 지적 가난, 정신적 가난의 비중이 훨씬 크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듯했지만, 내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폭풍처럼 전국을 몰아치고 있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연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는 올해부터 5년간 1년에 10조 원씩 총 50조 원을 투자하여, 전국 500개 사업장을 재생시키겠다고 한다. 그 첫 심사가 지금 한창이고, 이 때문에 전국이 난리다.
우리나라는 오륙 년째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 진입을 힘겨워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선진국 대부분이 1인당 GDP 3만 달러 진입기에 국가마다 뭔가의 특별한 돌파구가 있었다는 점이다. 영국이 그랬고 프랑스도 그랬다. 분명 우리도 지나왔고 또 그 수치를 지나고 있음에도 우린 큰 변화가 없다. 지금 우리에게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함을 암시한다.

그것이 혹시 ‘도시재생’이진 않을까? 거대한 시대 흐름을 잡고 새로운 변화의 물길을 연다는 점에서, 도시재생은 충분히 강력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 성과가 어느 정도일지?”라는 생각에 이르는 순간 걱정이 앞선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으로 볼 때 5년간 50조 원 정도의 투자라면 수년 안에 ‘가슴 뛰게 하는 그 무엇’이 기대되어야 한다. 그런데 왜 이리 마음이 가라앉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외국의 재생사례들을 보니, 몇 가지 성공의 공통점이 떠오른다. 첫째는, 재생의 출발이 대부분 개발반대운동이나 지역보존운동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시민 열의와 사랑이 가장 중요했다. 두 번째는 혁신의 마인드로 똘똘 뭉친 행정(관)의 분골쇄신 실천력이었다. 어느 사례도 기존 제도의 틀 속에서 국가가 주는 돈으로만 성공을 이룬 예는 없었다. 자신들만의 고집스러운 해법이 있었다. 세 번째는 의도적이든 생각지 못했든 간에 반드시 새로운 주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 주체는 지역민은 물론, 지역의 향토기업이나 전문가그룹, 그리고 공무원을 가리지 않았다.

그럼 부산은? 부산은 7~8년 전부터 관 중심의 도시재생을 매우 열심히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 도시다. 전반적으로 부산의 지난 행보는 시대 흐름에 부합했고, 선도하고자 하는 자세도 적절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이 과정과 결과들이 시민 마음과 피부에 온전히 와 닿지는 못하고 있다. 다소 어정쩡한 상태다. 왜일까? 여러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하나를 꼽으라면 ‘산만하고 자기 경쟁적인 단위사업 위주의 접근’으로 결론 내릴 수 있다. 도시 전체 시스템의 혁신과 통합은 뒤로한 채, 도시재생을 단기성과 내기의 수단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를 더 꼽으라면 무지막지하도록 아파트 개발은 계속하면서도 쇠퇴지역 재생에 매달리는 ‘이중적인 도시 관리의 혼돈’을 들 수 있다. 아파트 개발로 건설사의 이익은 계속 발생하는데 그 빈자리를 세금으로 메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도시 정의에 심한 균열이 간 상태에서 온전한 재생을 기대한다는 것은 절대 무리다.

도시재생은 ‘죽어가는 도시를 다시 살린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냥 한번 해보는 사업으로는 도시를 절대 살릴 수 없다. 도시재생은 융합이 상식이다. 아이템들은 평등사회, 공유경제, 청년창업, 사회적기업, 문화예술, 환경보전, 공간 재활용, 리모델링, 공간복지, 공동체 활성화, 문화관광 등을 넘나들며, 이종의 것들이 섞여 움직인다. 도대체 어느 부서가 맡아야 할까? 부서 벽을 허물고 총체적인 시스템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면 성공은 요원한 것이다.

다시 부산을 돌아본다. 동의대 양재혁 교수 자료에 의하면 부산시가 부담하는 순수 재생투자비가 전체예산대비 0.43%에 불과하다. 데이터가 의심될 정도다. 이미 예산의 쓸 곳들이 확정되어있고 그래서 국비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열악한 실상 앞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국비가 끊기면 재생을 시도할 수 없다니….” 갑자기 서글픈 마음이 밀려온다. 초고령지수, 노인복지지수, 20·30대 자살률, 고독사율 등 부정적인 지수들은 죄다 선두권을 다투고 있는 부산이 가야 할 길은 도대체 어디인가? 부산은 스스로 재생할 수 없는가? 도시재생을 움직이는 도시재생법 자체에 문제는 없는가? 지속가능하고 느린 도시재생은 불가능한 것인가? 도시재생을 단위사업으로 옥죄는 이유는 무엇인가?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엉뚱한 예를 든다. 부산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영화도시인데 단 1명의 영화배우도 살지 않는 도시다. 세계적인 해양도시임에도 여름에만 반짝하고, 국제물류도시인데 그 때문에 살아가는 또 취업하는 청년이 매우 드물다. 부산은 우리나라 최고의 근대도시이긴 한데 이를 소중히 여기는 시민은 극소수다. 더 엉뚱한 예를 든다. 요즘 시민들에게 가장 핫한 것은 건강한 식재료, 창의적인 (자녀)교육, 나만의 취미 활동 등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집중되어 있다. 이에는 ‘내가 스스로 선택한다’라는 자율시스템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런 예들이 도시재생과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하겠지만, 도시재생이 ‘부산의 것’과 ‘나의 삶’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얘기다.

도시재생은 단일사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리더 한 명이나 한 부서만의 것이 되어서도 안 된다. 재생 타깃의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도시재생으로 삶이 나아지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도시 정체성도 강화하는 세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제도에 맞춘 재생이 아니라. 제도의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을 찾고 그런 도전과 실험이 쇄신으로 확산되는 그런 도시재생이 되어야 한다. 부산에는 이제 특별한 재생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모든 도시는 특별하게 재생되어야 한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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