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툭한 몸통과 큰 머리에 짧은 목과 다리…. 어디를 봐도 예쁜 구석이 없다. 종종걸음 치는 모양새나 짧은 거리를 포륵, 포르륵 날아다니는 품새가 여간 번잡하지 않다. 함께 모이면 쫑알거림이 수다스럽다. 뭔가 싶겠지만 별것 아니다. 참새 이야기다. 하는 짓이 촐랑대는 데다 볼품 없는 생김새에 곡식을 먹어치우니 고울 리 만무다. 그래서 한때는 천덕꾸러기였지만 알고 보면 해충을 잡아먹는 이로운 새다. 공기가 오염되면서 제비와 참새가 보기 힘들다. 그 많은 참새는 다 어디로 갔을까.
요즘 정치판을 보면 ‘참새 방앗간’이 연상된다. 중량감이 떨어지니 참새다. 조잘조잘 대니 방앗간이다. 번다하게 곡식을 찧듯 입으로 상대를 쪼아대니 참새 방앗간이다. 참새, 제비, 매, 독수리…. 등급을 매기자면 대충 그렇다. ‘남의 소의 수를 세는 건 허전하다’고 하더니 꼭 그 꼴이다. 정치권은 늘 이런 참새의 방아질로 성가실 뿐 약발이 없다. 자기 머리도 모르는 바를 혀가 말하니 그럴 수밖에.
문정인. 51년 제주산. 미국서 박사 학위 따고 교수로 깨나 이름을 날렸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에 참여했다. 학자적 명성이나 남북 대화에서의 역할로 볼 때 비중이 만만찮다. 통일외교안보 특보. 한때는 국가안보실장으로 거론됐으나 스스로 부담 없는 자리를 원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요즘 그가 뜨고 있다. 공중에 높이 떠 있는 매의 형상이다. 높은 데서 한마디 하면 먼 데까지 닿는다. 그야말로 일파만파다. 그러니 주목할 수밖에. 미국을 방문해 그가 한마디 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포함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 핵 폐기가 아니라 핵·미사일 활동 동결이 대화의 전제 조건이란다.
한마디 더 했다.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동맹 깨진다는데 그게 무슨 동맹이냐.’ 명쾌하다. 사드는 선택일 뿐 숙명이 아니다. 한미동맹은 지시와 수행의 일방 관계가 아니다. 대충 그런 말씀. 군사훈련이든, 사드든 대화의 물꼬를 트는 카드로 효용성이 있다.
한데, 그 말에 참새 방앗간은 역대급으로 소란스럽다. ‘김정은 안보특보 자청, 한미동맹 폄하, 인사참사도 모자라 외교참사….’ 그야말로 정치권이 와글바글이다. ‘싸늘해지는 워싱턴, 한미 간 불협화음 우려.’ 언론도 맞장구다. 급기야 야 3당은 즉각 경질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름에 그림을 그리고 얼음에 조각을 하듯 헛되다. 문정인 왈, 학술회의 강연을 갖고 뭘 그러나.
이 광경을 보면 미국은 마치 성역처럼 느껴진다. 미국은 무조건 옳고 무오류다. 한국은 어떠한 의견도 제시해선 안 된다. 그런 인상을 팍 준다. 과연 그러한가. 박지원 전 대표는 시기와 장소 부적절하나 내용은 옳다고 평했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전쟁, 체제전복 않겠다고 했다. 페리 전 국방장관은 핵·미사일 동결하면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중단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문 특보가 이번엔 한 수 더 떴다. ‘미국 대통령이 위기를 부채질해 매우 우려스럽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에서 전략적 혼란으로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이후 나온 평이다. 미 언론은 보호자 미국에 대한 한국의 이례적인 질책이라 꼬았다.
한편으론 문재인 패싱, 코리아 패싱, 안보 불감증 등으로 참새 방앗간의 절구질이 요란하다. 운전석은커녕 조수석에도 앉지 못했다느니, 8월 위기설이니 입방아가 낭자하다. 그런 속에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은 안 된다.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문 특보가 물꼬를 튼 안보관이 대통령의 입을 통해 완결된 모양새다.
문 특보가 이야기한 ‘자유로운 위치’는 아마 이런 것일 듯하다. 레드라인의 경계 선상에서, 위험한 발언을 통해 논의의 틀을 바꾸는 것.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변화를 이끄는 것. 그게 그의 역할 규정일지도 모르겠다. 땅으로 향해 있는 참새의 시야보다는 한참 높은 매 정도의 넓은 안목이다. 미국은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나라다. 말 한마디 했다고 동맹 깨진다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누군가는 미국에 말을 해야 한다. 우리 생각은 이런 것이오. 할 말 하는 건 국익에 부합된다. 참새의 방아질은 그래서 수긍하기 힘들다. 북핵 위기는 심각하다. 그러나 군사적 대결은 위험하며 우리의 설 자리를 뺏어간다. 러시아 폭격기의 시위도 그 중 하나다. 미중, 북미 대결? 화살을 세게 당기면 활이 부러진다. 그걸 원하는가. 강인한 의지와 굳건한 말은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그것의 구체적 실현은 결국 대화다. 대화해야 우리의 역할 공간이 생긴다. 멀리 보고 차근차근 나아가는 지혜, 그게 지금 필요하다.
논설고문 aiw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