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禽獸)'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그냥 금수라고 하면 그 뜻이 무엇인지 잘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금수만도 못한 인간아!"라고 하면 그 뜻을 대강은 알아차린다.
'금수'는 다름 아닌 날짐승과 들짐승이다. 따라서 '맹금'은 사나운 날짐승이고, '맹수'는 사나운 들짐승이다. 사람이 아닌 날짐승과 들짐승을 한데 묶어 한 낱말을 만들었으니 한자를 접하기 어려운 한글세대들이 잘 모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한글세대가 그 뜻을 금방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인간이라고 지칭하기조차 부끄러운 참담한 사람들의 행동을 빗대어 왜 금수에 비교하는지 의아스럽다. 금수가 과연 어떻게 행동했기에?
금수는 금수 나름대로 자연에 순응해서 그 섭리를 잘 지키며 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새끼에 대한 모성애나 부성애도 지극하고 최소한의 필요한 것 외에는 절대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 짐승이 다른 짐승을 잡아먹는 것은 죄악이 아니라 자연이 그렇게 살도록 만들어 놓은 섭리이지 결코 포악한 살생이 아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 근원에는 인간들이 자행하는 것과 같은 원한, 복수, 재물탈취, 협박, 고문, 살생 등의 비윤리적이고 살벌한 개념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크게 나쁜 짓을 한 사람을 지칭하여 사용하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이란 말은 그야말로 천부당만부당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어째서 짐승의 마음을 제멋대로 극악무도하게 표현하는가? 이 낱말은 반드시 '인면인심'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데 동의할 사람이 많을 것으로 믿는다.
사람이 사람 같지 않은 짓을 해 놓고 왜 아무 죄 없는 짐승에게 그 잘못을 전가하는가? 말 못 하는 짐승이라고 함부로 매도하거나 무시하지 마라. 이름 없는 들꽃에도 그 의미가 깊고 풀 한 포기에도 절절한 질긴 사연이 있으며, 모래알 한 알마저도 우주로 통한다는 사려 깊고 신중하며 포용하는 듯이 하는 인간들의 그 모습은 한갓 위선에 불과했던가.
애완견을 기르다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유기해서 버리는 비정한 인간이 왜 금수와 비교될까? 누구 마음대로. 더더구나 돈을 벌기 위해 밀렵을 하거나 투견, 투계, 투우, 경마를 하는 인간들은 과연 선량한 짐승들에게 확실한 허락을 받고 하는 행동들일까? 그래서 벌어들인 돈을 과연 짐승들에게 얼마나 돌려주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작살'이나 '올무', '함정' 허방, 등 각종 섬뜩한 '사냥도구'가 판치는 곳에서 감히 짐승을 하대하지 마라. 사람들은 걸핏하면 "개소리 집어치워" "이런 개 같은 놈" "돼지 같이 살찐 놈" "소같이 미련한 놈"이라고 무심코 말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짐승들이 인간처럼 말을 할 수가 있다면 그야말로 지금까지 맺힌 말들이나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나도 많을 것으로 본다. 어쩌면 인간보다 더 많은 말이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 근대소설 중에 안국선이 지은 '금수회의록'이 있다. 여덟 가지의 짐승이 한데 모여서 인간의 어리석음과 잘못을 신랄하게 꾸짖는 내용을 그린 작품이다. 지금도 우리 인간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을 담고 있다. 까마귀는 인간의 불효를, 여우는 잘못된 정치와 정상배를, 개구리는 사리판단과 정세에 대한 어두움을, 꿀벌은 시기와 속임수를, 게는 인간의 썩은 모습을, 파리는 인간의 간교함과 간사함을, 호랑이는 포악한 정치와 무자비한 폭력을, 원앙새는 인간의 음란함을 준엄하게 꾸짖는다. 현대사회에서 주변을 돌아보면 여덟 가지 짐승에 비유되는 인간군상이 적지 않게 활개를 치고 있지 않은가. 그냥 보고 넘길 수 없는 작품이 오래전부터 나왔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지금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돈 때문에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를 해치는 패륜아, 제 자식을 성폭행하는 아비 같지 않은 아비, 선량한 사람들을 등쳐서 자신들만 호의호식하는 모리배, 협력업체나 하청업체의 위에 군림하면서 갑질을 해대는 재벌이나 대기업,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욕심만 가득한 부초 같은 정상배들,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못난 졸부들-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니고, 인간이면서 인간이라 할 수 없는 부류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라면 부디 '금수만도 못한~'이나 '인면수심' 같은 말은 결코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인간이 너무도 쉽게 짐승에 빗대 다른 사람의 행실을 비유하는 것 자체를 되돌아볼 때가 됐다. 때로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이 원대한 우주에 다 함께 살고 있는 인간과 짐승과 그리고 나무 한 그루와 풀 한 포기마저도 다 같이 소중한 생명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안무치한 인간들이 경멸의 뜻을 담아 말 못 하는 짐승들을 빗대어 '금수만도 못한~'이라고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부디 사람답게 살자. 착하고 아름답고 참되게. 그것이 바로 행복한 삶이자 보람 있는 인생이라 할 것이다.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