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원심분리기처럼 작동한다.' 가장 무거운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가장자리로 밀어내 버린다는 것이다. 독일 사회학자 마인하르트 미겔이 '성장의 광기'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시민의 존재는 종적을 감춘다. 대부분의 사람이 잉여인간이 돼 사회로부터 제외된다는 이야기다.
'원심분리기 사회'는 성장의 광기를 드러내는 데도 유용하다. 그는 이 책에서 공기와 물, 육지, 식량, 원료, 에너지, 인구 문제를 차례로 짚었다. 그리고 인류의 광기를 통렬하게 질타한다. 인류는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고 곧 죽음을 맞이할 환자로 비유했다.
공기는 생명의 원천이지만 바람 앞의 등불이다. 공기층의 두께는 지구의 1000분의 1 정도로 미미하다. 그중 사람이 몰려 사는 곳은 불과 수백 m에 불과하다. 이곳이 오염되면 숨을 쉴 수가 없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공기가 사라지면 생명은 단 몇 분 만에 끝이다. 그런데도 허투루 다룬다. 화석연료, 공장, 농지, 주택, 교통…. 인간의 모든 활동이 공기를 오염시킨다.
지구 물의 양은 14억 ㎦로 이 중 2.5%가 담수다. 얼음과 눈 등을 제외하면 활용 가능한 담수는 지구 물의 0.25%. 이 중에 90%가 산업과 농업용이고 사람이 쓰는 건 10%에 그친다. 강과 호수, 바다의 오염으로 물은 점점 말라간다. 반면 물 소비는 급증세다. 20세기에만 물소비가 10배나 늘었단다. 앞으로 인구가 급증하면? 대책이 없다.
'인생의 절반은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망가뜨린다. 나머지 절반은 건강을 되찾기 위해 바친다.' 명쾌하다. 개인의 삶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인류의 미래도 판박이다. 안락한 삶을 위해 너무 많을 걸 소비했다. 그게 정점을 지나 이제는 청구서가 날아들 때란 말이다. 기후변화 예방에만 매년 1750억~5000억 유로가 든다. 길게는 200년, 짧게는 60년 성장 질주의 대가다. 식량의 대량 생산과 숲의 파괴, 바다 생물의 멸종, 공기 물 토양의 오염, 자원의 고갈…. 곧 성장은 멈춰서고 복지는 후퇴한다는 게 미겔의 주장이다.
물론 기정 사실화하기는 이르다. 그렇긴 한데, 위기는 당장 우리가 직면해야 할 현실이다.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했다. 그랬는데….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2, 3급수를 소독한 수돗물을 마시고 그게 불안하니 정수기니, 생수니 또 비용을 들인다. 봉이 김선달이 울고갈 일이다. 어디 이것뿐인가. 오염된 물이 바다를 망쳤다. 갖가지 어구며, 낚시도구며…. 연안에 고기 씨가 마를 수밖에. 극동을 비롯한 세계의 바다는 플라스틱 카펫으로 뒤덮였다. 비조차 오염돼 산성비다. 지하수라고 뭐가 다를까.
공기는 더욱 심각하다. 이제는 숨 쉴 자유조차 빼앗길 판이다. 제발, 숨 쉴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지난해 여름 사상 최악의 더위에 시달렸다. 오뉴월 혀 빼물고 헉헉거리는 개 꼬락서니라니…. 아직 5월이다. 한데도 벌써 33도를 오르내린다. 올여름도 심상치가 않다. 동부산 개발이니, 서부산 개발이니 하며 숲과 논밭이 사라지면 그 끝은 폭염과 먼지 지옥이다.
봄도 봄이 아니다. 황사와 미세먼지에 봄을 빼앗겼다. 미세먼지로 매년 430만 명이 사망한다는 게 WHO 보고다. 중국발 미세먼지로 한국, 일본에서 매년 3만9000 명이 숨진다. 베이징대, 칭화대가 포함된 4개국 대학의 진단이 그렇다. 중국에서는 적게는 30만 명, 많게는 100만 명 이상이 숨진단다.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세상이 먼지 때문에 망하는 걸로 나온다. 그게 가장 먼저 현실화될 곳이 극동이다.
대책이랍시고 나오는 게 또 유류세 인상 타령이다. 새 정부는 낡은 화력발전소 8기의 봄철 가동 중단 계획을 내놓았다. 상징적 조치이긴 한데 코끼리 비스킷이다. 한전과 발전공기업의 미세먼지 50% 감축 계획은 획기적이긴 하나 완전한 해결은 아니다. 시설 증설을 멈추고 폐기 수순을 밟아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석탄 화력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어떤 것이 됐든 일회성이 아니라 근본 처방이어야 약발이 듣는다. 성장의 맹신과 무한 소비의 질주를 멈춰야 끝이 보인다. 미세먼지는 발암물질인 데다 뇌, 심장, 폐는 물론 눈, 피부 등 전신에 치명타를 입힌다. 환경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4대강 수량, 수질 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한 건 잘한 일이다. 한 발 더 나아가 환경부의 부총리급 격상은 어떤가. 뚱딴지 같지만 의지가 있다면 대전환의 상징으로 삼을 만하다. 환경은 생존 자원이니 그런 대접이 과하진 않다.
'21세기 말에는 세계 인구가 10억 명이 될 수도 있다.' 제임스 르부룩의 말이다. 오염이 극에 달하면 대재앙이 온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인간을 지구에 기생하는 벼룩이라고 했다. 개가 몸통을 흔들어 벼룩을 털어내듯이 언젠가는 인간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벼룩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논설고문 aiw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