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것은 사촌도 안 준다'거나 '봄에 나는 이것은 인삼 녹용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강장(强壯) 채소. 오죽했으면 양기를 일으킨다는 기양초(起陽草), 오줌 줄기가 벽을 뚫는다는 파벽초(破壁草)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동의보감에선 '간(肝)의 채소'라 했다. 마늘, 파, 달래 등과 함께 예로부터 사찰에서 특별히 삼갔던 오신채(五辛菜) 가운데 하나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자라고 여러 번 잎만 잘라 먹을 수 있으니 '게으름쟁이 풀'이라고도 하는 봄 채소의 대표주자, 부추다.
그 사연만큼이나 방언도 많아 '부추계' 부추·부초·분추·분초·푸추·뿐추, '솔'계 솔·소불·소풀·졸·줄, '정구지'계 정구지·정고지로 나뉠 정도다. 특히 방언 분화와 세력권이 뚜렷한 점이 특색이다. 부추계는 경기와 강원을 거점으로 하며, 솔계는 대체로 전남·북과 함께 경남 서부에 많고, 정구지계는 경남·북에서 두드러진다.
경남도가 사단법인 경남방언연구보존회와 함께 만든 '경남방언사전'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경남에선 부추의 방언이 부추계보다는 솔계와 정구지계인 소풀·소불·정구지가 대세다.
2만여 개 방언을 수록한 이 사전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부분 어형에 성조(聲調)를 표시했다는 점이다. '가똑띠기(__-_):진주 하동 사천, 가똑데기(__-_):창녕 함안, 갓똑똑이(__-_):마산 진해 창원, 해똑똑이(--__):합천'이 그 예다. 경남 방언은 음의 높낮이를 뜻하는 성조가 있기 때문이다. 성조는 중세 국어의 유산으로 소백산맥으로 고립된 지리적 특성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이렇게 다른 지역 사람들이 딱딱하고 시끄럽다고 여기는 경남 방언의 밑바탕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성조가 깔려 있다. '머라카노', '우야꼬' 등을 얼핏 들으면 일본말 같다고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제 '널찌다' '어북' '몽창시리' '가리늦가' 등 경남 방언을 읊조려 보자. '떨어지다' '제법' '모두' '뒤늦게'라는 표준어에서 느끼지 못하는 정감이 흐르지 않는가.
'언어가 영혼의 집'이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끌어오지 않아도 방언이 지역 정서와 전통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왕에 알찬 내용의 사전을 만들었으니 도서관이나 공공기관에 쌓아놓지만 말고 학교에서 이를 교재 삼아 방언 교육을 하면 어떨까. '정구지'엔 정력을 오래 유지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곁들이면서.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