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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촛불시민혁명 /초의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3-28 19:37:59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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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세월호가 참사 1072일 만에 드디어 선체가 인양되기 시작했다. 2014년 4월 16일 사고가 난 후 약 3년 동안 찬 바다 깊이 침몰해 있던 세월호를 국민의 외침으로 들어 올린 것이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쓴 업무수첩에는 청와대의 책임 회피성 입단속과 세월호 시국선언자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통한 제재, 보수단체를 통한 유족 대응 지시 등이 언급되어 있었다. 여기에서 유족과 국민의 열망과는 사뭇 달랐던 세월호 이해의 단초를 본다.

세월호가 인양되기 직전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어 파면되었고 검찰수사에 이어 이젠 재판에 회부될 운명에 처했다.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국정농단과 사익추구 지원행위가 우리의 대의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정신을 위반했다고 보았고 수사 불응 등으로 헌법적 가치와 이익에 대한 지속적 위반행위를 엄중하게 판단한 것이다.

우리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으로 정의하고 있다. 민주주의(democracy)는 민중(demos)이 법을 만들고 바꿀 수 있는 힘(kratos)을 가진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공화국(republic)이란 소유를 뜻하는 res와 공공을 뜻하는 publicus의 합성어로 공공의 것을 존중하는 국가 정체이다. 이번 탄핵으로 민주공화국과 같은 헌법의 가치를 온 국민이 깊이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힘이 작년 10월 29일 시작되어 올 3월 21일까지 총 21차례 이어진 촛불집회라 생각한다.

촛불집회는 1960년 4·19혁명, 1987년 6월항쟁에 이어 가장 평화적이고 민주적으로 진행된 또 하나의 소중한 시민혁명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근 더 악화된 저성장의 경제체제, 심각한 고용위기,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통한 안보 위협, 사드 등 민감한 외교-안보의 현안 속에서도 시민들이 위축되지 않고 광범위한 연대로 큰 물결을 형성한 점도 돌이켜보면 정말 기적과 같은 일이다.

이번 촛불 시민혁명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첫째, 국가의 공공적 가치를 크게 반추하는 계기가 되었다. 광장에서 외쳤던 '이게 나라냐'라는 의미는 대한민국이 결코 대통령 개인의 사적 관계자들에 의한 이익추구의 장이 될 수 없음을 밝힌 것이었고 헌재가 판결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도 결국 공화국 헌정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둘째, 시민참여의 민주적 정치 효능감을 발휘한 장이 되었다. 원래 민주주의에서는 국민 일반이 참여하는 과정이 중요하고 그래서 고대 도시국가는 아고라 같은 광장에서 의사소통이나 직접민주제를 실행했다. 미셸 푸코는 권력자의 만인 감시사회를 원형감옥(panopticon)에 비유했는데 원형감옥은 가운데 감시자가 원형으로 된 재소자의 각방을 살펴보는 체제이다. 이번 촛불은 역으로 다수의 대중이 소수의 권력자를 감시하는 이른바 시놉티콘(synopticon)의 정치역량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셋째, 이번 촛불은 평화적 의견전달과 축제적 진행으로 집회문화를 한층 더 발전시켰다. 평화의 힘은 오히려 더 큰 국민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명예혁명이 되어 보수와 진보를 넘어 국민을 함께 묶는 큰 힘이 되었다. 촛불집회는 유모차부대에서 나이 많은 세대까지, 1인 참여에서 가족동반, 동호 모임까지 다양한 성격의 일반시민들을 결속시키면서 평화적이고 축제적인 형태로 한층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

넷째, 견고하지만 낡은 체제가 유동적이지만 새로운 국민주권운동에 무너지게 되었다. 박정희유산, 반공 독식으로 무장한 이데올로기, 수많은 권력기관에 대한 지휘 통솔, 재벌과의 정경유착 등의 낡은 체제는 강한 철옹성으로 보였지만 민주적 가치의 회복을 바라는 평범한 국민의 수평적인 민심의 물줄기에 허물어진 것이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표현을 빌리면 견고하지만 낡은 '고체적 근대'가 물과 같이 형체가 없지만 정당성이 있는 '액체적 근대'에 밀려난 형국이 되었다.

촛불집회는 20차례 이상 1600만 명이 참석하면서도 비폭력, 무혈의 평화적 시위를 이어갔다. 민주적 가치를 훼손한 세력에 저항한 시민혁명이었기에 우리 현대사에 미치는 의미는 매우 클 것이다. 국민주권의 국가 정체성에 대한 깨달음,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적 연대의 힘, 평화적 방법을 통한 실천이라는 큰 업적을 이룬 광장의 촛불은 앞으로 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큰 자산으로 역량을 발휘하며 우리의 민주공화국호(號)를 희망의 대해로 항해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믿는다.

신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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