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허풍과 거품은 알아줄 만하다. 식당에서 음식을 시키면 산더미처럼 주문한다. '먹을 만큼'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내 능력과 배짱은 이만큼'이란 걸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한 해 버려지는 음식물 값이면 베이징 올림픽을 한 번 더 치를 정도라는 얘기도 있다. 대륙풍의 원대한 기질을 보여주는 거라고 하지만 허풍선이 같다.
중국 선양의 한 뒷골목. 백두산 가는 길에 들른 도시의 허름한 화장실 벽에 붙은 문장에 빵 터지고 말았다. '向前一小步, 文明一大步(향전일소보, 문명일대보)'. 우리 식으로 풀이하자면 '한 발짝만 다가서면 우리도 문명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쯤 되겠다. 우리나라 남자 화장실에 붙은 '한 걸음만 더'나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와 비슷한 구호다. 구체적으로 설명 못 해 여성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남자들은 이 의미를 안다.
비위생적인 공중 화장실 문화를 바꾸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은 가상하다. 하지만 소변 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문명까지 들이대는 모습에서 그들의 뻥을 또 보는 것 같아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시아의 병자'였던 중국은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 됐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 사망 20주년이 되는 날이 바로 이틀 전이었다. 덩샤오핑 시대의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은 감추고 은밀하게 힘을 기른다)는 이제 중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시진핑 주석은 대국굴기(大國掘起·큰 나라로 우뚝 선다)를 외치며 15억 중국의 거대한 소비 시장과 군사력, 경제력을 앞세워 보란 듯이 전 세계를 휩쓸 기세다. 아프리카에서 남미, 중동, 심지어 뉴욕과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곳곳에 중국 자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군사력은 동중국해를 거쳐 태평양을 향하고 있다.
경북 성주에 배치될 미국 사드 포대는 한중 간 최대 현안이다. 우리는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을 방어하는 데 필요하다고 하지만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의 일환이라는 반론도 부인할 수가 없다. 성주의 사드 사거리가 서울에도 못 미치는 200㎞에 불과한 점은 대북 방어용이라는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일본에 배치된 극초단파 레이더와 연동돼 동북아 지역 상공에 중첩된 감시망을 형성함으로써 공중 표적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탐지하는 삼각점의 하나라고 분석할 수 있는 이유다. 중국이 히스테리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 중국은 늑대의 사냥권 안에 갇힌 순한 양에 불과한가. 가당치 않다. 중국이 산둥(山東) 성 라이우(萊蕪) 시 부근 제822여단에 탐지거리 500㎞ 이상의 JY-26 레이더를 배치해 오래전부터 한반도 서부지역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헤이룽장(黑龍江) 성 솽야산(雙鴨山)과 푸젠(福建) 성에 설치한 안테나 크기 30×24m, 탐지거리 5500㎞의 대형 X밴드 레이더로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과 서태평양 일대를 샅샅이 감시 중이다. 지린(吉林) 성 퉁화(通化) 시 인근의 제816여단, 산둥 성의 제822여단, 랴오닝(遼寧) 성 전략지원군 예하 3개 유도탄 여단 등이 보유한 둥펑(東風) 계열 탄도미사일 수천 기는 한반도 쪽을 겨냥하고 있다.
사드 배치의 명분이 옳네 그르네 따지는 건 오늘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다. 중국이 제 눈의 들보는 외면한 채 거대한 소비시장과 막강한 경제력을 앞세워 순수 문화예술 부문에까지 보복 조치에 나서는 행태가 치졸하고 옹졸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지난해 8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분위기가 감지될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다. 중국판 '나가수'로 '황쯔리에 신드롬'을 일으킨 가수 황치열이 짝퉁 '아빠 어디가'에서 촬영분이 통편집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중국 TV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수 싸이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되고, TV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유인나는 하차당했다.
보복은 대중문화에서 순수 예술 분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국립발레단 김지영 수석무용수의 4월 발레공연이 무산됐는가 하면 소프라노 조수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의 중국 공연도 없던 일이 됐다. 뚜렷한 이유도 없다. 공연을 취소한 배경 설명도 해주지 않는다. 사드 때문이 아니라는 말만 반복한다.
이들은 공연 스케줄이 몇 년씩 밀려 있는 세계적 예술인이다. 중국 공연 못 한다고 명성에 금이 가는 것도 아니다. 공연을 못 봐 손해 보는 건 중국인들이고, 세계 문화예술계에 미개국가로 낙인찍히는 건 중국이다. 순수예술에까지 빗장을 치는 건 문화적 자해행위다. 이런 식이라면 세계 유명 예술인 누가 중국에서 공연한다고 나서겠는가.
중국은 덩치와 힘은 커졌지만 행동은 유치하고 거친 통제 불능의 중학생 같다. 돈은 많은 데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졸부도 연상된다. 중국은 G2에 걸맞은 글로벌 리더가 되기에는 한참 멀었다. 화장실에서 오줌 잘 눈다고 하루아침에 문명국가가 되는 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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