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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칼럼] 부산의 세계화, 그 10년의 준비

피란수도·강제동원 등 근현대 희생·포용역할 했던 부산

그 속에 담긴 인류사적 위상 재정립으로 돌파구 마련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2-02 19:18:02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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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우리나라에 있어 어떤 위상의 도시인가? 국가와 우리는 부산을 국제사회에 어떤 도시로 소개하고 있을까? 또 세계인들은 부산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 혹시 세계 5위권의 해양물류도시라고 알려져 있으나 실속은 별로 없는, 자연환경은 아름다우나 그 가치를 잘 다루지 못하는, 뛰어난 사람은 많으나 부산에 집중하지 못하는, 지역을 대표하던 기업들은 떠나거나 졸지에 사라지는, 입지와 여건은 국제성을 갖추고 있지만 지방도시에 머물 수밖에 없는 그런 류의 도시로만 이해되고 있지 않나 하는 안타까움이 스친다. 솔직한 심정이다. 부산에서 발생하고 있는 근자의 아픈 현실들을 직시해보면 심각성은 더욱 깊어진다.
이 시점에서 부산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단언컨대 '부산을 '부산'에 머물게 하는 고정관념에서의 탈피'다. 지금까지의 변화 패턴을 고집하거나 그 수준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그 어떤 대형 사업을 하고 그 어떤 개발을 한다 해도 지방도시라는 타이틀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냉엄한 현실이다. 현실 탈출의 유일한 방법은 인구 2위 도시의 수성이 아니라, '작금의 대한민국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역발상뿐! 수도권과의 경쟁은 물론 고만고만한 국내도시들과의 소모적인 경쟁도 뒤로한 국제적 위상을 가진 '진짜 세계도시'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산은 세계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물론 말로만 외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가장 먼저 도시 경영의 틀을 180도 바꾸고 도시 체질을 대대적으로 개선, 아니 혁신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부산은 부활할 수 있다. 또한 지난 수십 년간 우릴 옥죄고 있는 한탕주의식 도시개발론, 단기대응에 급급한 도시경제론, 연(緣)에 얽매인 후진적 리더십, 당장 우리만 살겠다고 주창하는 수많은 시행착오와의 타협도 절대 불가여야 한다.

논리가 틀리지 않는다면 남은 논점은 '부산 세계화의 아이템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하드웨어 중심의 변화만으로 세계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이젠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휴먼웨어에 집중해야 하고, 남들이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국제 트렌드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 솔직히 얘기해 보자. 부산의 미래 전략 아이템들인 휴양, 물류, 의료, 금융, 해양, 영상 등이 실제적인 세계화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부산의 미래 먹거리를 리드할 수 있겠는가? 미래 산업화를 위한 정책들이 겉돌고 있진 않은가?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진짜 세계적인 부산의 것'으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나만 가졌을까.

'왜'라는 의문 속에서, 굳이 하나의 이유를 선택하라면 '미래 변화를 위한 '진정한 부산'에 대한 간절한 염원 부족'을 꼽고 싶다. 동래시대, 초량왜관기, 개항기, 일제강점기, 6·25전쟁기, 1950·60년대 국가재건기를 거치며, 30만 도시에서 10배 이상의 도시로 성장하면서 성취된 '그 무엇'을 정립하거나 발현하지 못한 채, 아무리 부산의 개발과 발전을 추구한들 진짜 세계도시에는 한 걸음도 다가설 수 없다. 상징성, 중심가치, 존엄성, 품격, 특이성 등으로 설명되는 '그 무엇'은 과연 무엇일까? 세계화의 아이템은 그리 멀리 있지도 않고 크게 색다르지도 않을 경우가 많다. 오직 '얼마나 고유하냐'가 성패를 결정한다. 여기에 '시대 흐름에의 부합 수준'과 '해당 도시의 열정 정도'가 보조 장치일 뿐.

대한민국에서 부산은 개성의 양과 질이 가장 뛰어난 도시로 손꼽힌다. 사람들은 얘기한다. 부산은 지역 특유의 거침과 소박함 속에서 피어나는 사람들의 진한 정 나누는 냄새가 가장 향기롭다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바다, 강, 산들의 어우러짐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또 국토 최남단의 호국도시로서 평화 염원과 저항의 정신이 매우 뛰어났다고. 무엇을 말하는가. 이것이 바로 부산 세계화의 원천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산의 개성들을 세계화의 아이템으로 키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최근, 유네스코(UNESCO)와 관련된 흥미로운 부산의 일들이 시작되고 있다. '피란수도 부산유산의 세계유산 등재'와 '강제동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다. 전자는 100% 부산이 주인공이고, 후자는 등재의 주체가 될 강제동원기념관이 부산에 입지하고 있기에 결국 이 또한 부산의 일이다. 이 사업들은 국내 어느 도시도 감히 흉내 낼 수 없고 따라 할 수 없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버텨낼 수 있는 유일의 것이다. 또 하나 더! 마침 10년 뒤가 부산이 개항 150년을 맞는 해이다. 개항 150주년을 논할 수 있는 도시는 그리 흔치 않다. 물론 타의에 의한 개방이라는 부정의 시각도 있지만 움츠릴 필요가 없다. 그런 고리타분한 생각을 뛰어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지금 부산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운 자존감(new self-esteem)을 드러내는 일'이다. 대한민국 근현대기의 경계에서 희생과 포용의 역할을 다했던 부산에 내포된 인본·인류사적 위상을 재정립하는 일은 부산이 진짜 세계화로 나아가는 돌파구가 될 것이다. 이것에만 매달리자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한 집중 없이는 부산의 그 어떤 미래전략과 아이템도 사상누각이라는 것이다. 10년 안에 이 모든 일이 완성된다면, 그때 부산은 국제사회에서 어떤 위상을 가지게 될까. 분명 부산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이 바뀔 것이다. 대한민국에 있어 부산의 운명적 역할에 대한 국제적 시각에서의 재조명이 시작될 것이다. 또한 부산을 힘들게 하는 수많은 도시와 사회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실마리도 잡힐 것이다.

부산이 겪어온 지난 역사는 부정의 것이 절대 아니다. 이것이 부산의 세계화를 이끌 대전환의 마지막 기회라는 간절함과 역발상만이 부산의 새로운 미래를 가져다줄 것이다. 세계화를 위한 기존 접근에서 완전히 탈피하는 것만이 부산 미래의 길이다. 시민 모두와 함께 넓고 따뜻한 시선 속에서 가슴 두근거리는 10년을 준비해 보지 않겠는가. 그 10년의 결과는 우리의 것이 아니라 후손들의 것이며, 또 그런 멋진 꿈을 이룰 기회가 충분한 도시가 바로 부산이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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