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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칼럼] "자기를 바로 봅시다"

내 안의 이해와 사랑, 겸손함을 발견하고 잘못을 참회하는 일

넝쿨처럼 어지러운 세상에 성철 스님이 남긴 죽비 같은 유훈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1-19 19:12:0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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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새로운 각오를 하게 된다. 지난해 내가 내 마음속에 세운 삶의 지표는 "고요히 앉아 있는 곳에서는 차를 반쯤 우려냈을 때의 첫 향기 같고, 오묘하게 움직일 때는 물 흐르고 꽃 피듯이 하네"라는 말씀이었다.
이 말씀은 멈춰 있을 때와 동작할 때 그 마음과 몸을 어떻게 사용하고 유지해야 하는지를 가르치고 있다. 아마도 깨끗한 곳에 앉아 담담하게 사유하고, 마치 늦가을의 풀이 더 자라나는 것을 바라지 않듯이 욕망의 격렬함을 버리고, 맞춰 따르라는 제언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를 돌아보니 잘된 때도 있지만 그 횟수가 적고, 수월하지 않은 때의 횟수가 훨씬 많았다.

올해는 두 종류의 문장을 마음속에 펼쳐 놓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우선 신동엽 시인의 시 '너에게'를 펼쳐 놓고 있다. "나 돌아가는 날/ 너는 와서 살아라// 두고 가진 못할/ 차마 소중한 사람// 나 돌아가는 날/ 너는 와서 살아라// 묵은 순 터/ 새순 돋듯// 허구많은 자연 중/ 너는 이 근처 와 살아라"라고 쓴 시이다. 싹과 움과 순이 트는 곳은 새 생명의 발원지일 것이다. 다시 살아남과 광명과 여림과 푸릇푸릇한 의욕과 역동과 환희의 발생지일 것이다. 올 한 해를 '묵은 순 터 새순 돋듯'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 펼쳐 놓은 문장은 "자기를 바로 봅시다"라는 말씀이다. 이 말씀은 가야산 호랑이로 칭송을 받았던 성철 스님의 말씀이다. 성철 스님은 이 말씀과 더불어 "남모르게 남을 도웁시다" "남을 위해 기도합시다"라는 말씀도 남기셨는데, 하나같이 어렵지 않은 말씀이되 나의 가슴의 정곡을 찔러 양심에 거리끼어 볼 낯이 없고 또 떳떳하지 못하게 하는 말씀이다.

최근에 성철 스님에 대한 평전이 발간되어 화제이다. 물론 스님에 관한 책은 그동안 많이 출간되었다. 그러나 스님께서 1993년 11월 4일 "참선 잘하그래이"라는 당부를 남기고 열반하신 후로는 처음으로 발간된 평전이다. 오늘의 세속이 넝쿨처럼 어지럽고 혼탁한 때여서 청빈하게 살면서 계를 지켰던 성철 스님의 유훈이 어느 때보다 죽비소리처럼 뚜렷하게 들려오는 게 아닌가 싶다.

많은 사람이 아직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고 이르신 스님의 말씀을 기억할 것이다. 이 쩌렁쩌렁한 일성은 다음과 같은 말씀과 함께 있었다. "뚜렷한 깨달음 널리 비치니/ 고요함과 없어짐이 둘이 아니니라/ 보이는 만물은 관음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妙音)이라/ 보고 듣는 이것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아아 여기 모인 대중은 알겠는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성철 스님은 전 국민의 존경을 받았지만 당신 스스로에게는 매우 엄했던 분이었다. 눕지 않고 좌선하는 장좌불와(長坐不臥)를 8년 하셨고, 산문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수행하는 동구불출(洞口不出)을 10년 하셨다. 평생을 생식하고, 소식하고, 옷가지 두 벌로 사셨다. 스님께서 열반하시고 해인사가 공개한 스님의 유품은 닳고 떨어져 여러 차례 깁고 기운 장삼과 검정고무신과 지팡이 등이었다.

"교도소에서 살아가는 거룩한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일이니 축하합니다. 술집에서 웃음을 파는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일이니 축하합니다"라고 이르신 부처님 오신 날 스님의 법어는 많은 이를 뭉클하게 했고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죄의 유무나 지위의 높고 낮음과 무관하게 사람 그 자체는 존중되어야 하고 보호받아야 할 소중한 생명이라는 일갈이었다.

그리고 "자기를 바로 봅시다"라고 다음과 같이 이르신 법문이 또 있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원래 구원되어 있습니다. 자기가 본래 부처입니다. 자기는 항상 행복과 영광에 넘쳐 있습니다. 극락과 천당은 꿈속에 잠꼬대입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원하고 무한합니다.(후략)"

자기를 바로 본다는 것은 자신이 완전한 존재이고 반야와 대비(大悲)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는 일일 터이다. 우리의 내면에 자비의 본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일 터이다.

나는 새해 연초에 성철스님께서 이르신 "자기를 바로 봅시다"라는 말씀을 마음속에 펼쳐놓고 산처럼 무겁게 받아들인다.

그러고 보면 올해는 봉암사 결사를 한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성철스님과 청담스님, 자운스님, 향곡스님 등 30여 명의 스님이 1947년 10월부터 2년 6개월 남짓 결행한 봉암사 결사는 한국 불교를 바로 세우는 역사적인 사건이기도 했다. 이 결사를 통해 스님들은 "부처님 법대로 살아보자"라고 천명했다.

성철스님께서 주도해서 만든, 수행자들의 생활 약속 일곱 가지인 '공주규약(共住規約)'은 지금 읽어보아도 일깨우는 바가 크다.

가령 이러한 수칙들이 그러하다. "어떠한 사상과 제도를 막론하고 부처님과 조사의 가르침 이외의 각자의 사견은 절대 배척한다. (…)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의 공급은 자주자치(自主自治)의 표지 아래에서 물 긷고, 땔나무하고, 밭에서 씨 뿌리며 또 탁발하는 등 어떠한 어려운 일도 사양하지 않는다. (…) 부처님께 공양을 올림은 12시를 지나지 않으며 아침은 죽으로 한다. (…) 방안에서는 늘 면벽 좌선하고 서로 잡담을 엄금한다."

결국 스님께서 이르신 "자기를 바로 봅시다"라는 가르침은 내 안의 부처를 찾으라는 가르침에 다름 아니다. 내 안의 부드러움과 온유와 생기와 기쁨과 이해와 사랑과 겸손함을 발견하는 것이다. 밝음과 고요함과 안정을 회복하는 것이다. 높고 낮음, 맑음과 탁함, 밝음과 어두움, 가벼움과 무거움 등을 구별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다.

동시에 나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나의 잘못을 참회하는 것이다. 참회함으로써 내일에는 잘못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러할진대 "자기를 바로 봅시다"라는 말씀은 어지럽고 깨끗하지 못한 지금의 우리 시대가 마땅히 새겨들어야 할 가르침일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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