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송문석 칼럼]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게 나라냐! 비통한 국민에게 대통령의 퇴진이란 그저 시작일 뿐이다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게 나라냐'는 말 만큼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정확하게 드러내는 표현은 없는 것 같다. 국민의 분노와 비통, 부끄러움과 절망이 뒤섞여 있다. 아침밥을 먹다가도 짜증이 나고 화가 울컥 난다는 시민이 많다.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세계 11위 경제 대국 대한민국이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멀쩡한 국민들까지 싸잡아 삼류 취급받고 있다는 데 분통이 터진다. 대통령이 잘못했는데 "왜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냐"는 중학생들의 팻말 앞에 할 말을 잃는다.

지난 주말의 100만 개 촛불은 민심이 임계치를 넘어섰음을 보여주었다. 절제되고 질서 있는 시민들의 촛불 행진은 천만금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녀린 촛불이 오히려 과거 시위 때 난무하던 죽창과 쇠파이프, 화염병이 얼마나 부질없고 허망한 무기였는지를 깨닫게 한다. 분노를 축제로 승화한 시민들의 시위는 그 어떤 폭력과 억압, 불의한 제도까지도 무너뜨릴 만큼 부드러우면서도 절대 꺾이지 않을 것임을 증명했다.

열린 광장과 거리에서 시민들은 대한민국의 갈 길이 어디인가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유모차에 젖먹이를 태우고 온 30대 엄마는 말도 안 되는 이런 나라를 아이에게는 결코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순결한 가슴을 가진 중·고등학생들은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 다르게 움직이는 대통령과 권력층의 불법과 불의, 헌법파괴에 분노했다. 대학생들은 각자의 실력보다는 부모의 능력과 권력에 의해 대학에 가고 성공하는 반칙이 더는 없어야 한다는 소망으로, 청장년들은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사태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결기로 모였다. 60대 어르신들은 "내가 이러려고 박근혜 찍었나?"는 자괴감과 회한에 촛불을 들었다.

무엇이 잘못돼 있는지를 이미 알아버린 시민들은 결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4·19때 부정선거로 장기집권하려는 대통령을 추방하고, 5·18로 군부의 권력 찬탈에 항거했으며, 6·29로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는 시민혁명을 이룬 국민이다. 이제 헌법에 따라 선출한 대통령일지라도 헌법 정신을 훼손한다면 용납하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의 권력을 최순실이라는 사적 인연을 가진 사람에게 넘겨주고, 국정을 논의하고 지시를 받았다는 걸 아는 순간 국민의 이름으로 이를 회수하겠다는 각오다.

국민은 5년 한시적인 권력을 부여하고 위임했는데도 대통령이 마치 신으로부터 권력을 받은 것처럼 자기 멋대로 행사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고 공권력을 악용해 겁박하는 안하무인 행태는 못 봐주겠다는 거다. 또 공익과 정의, 인권을 바로 세우고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겠다고 선서한 검사와 검찰이 권력의 충견 노릇을 하면서 강한 자 앞에서는 엎드리고, 약한 자에게 이빨을 드러내 무지막지하게 물어뜯는 꼴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거다. 또 우리의 세금으로 봉급을 주는 공무원들이 국민의 종이 돼야 함에도 상전 노릇을 하려들고, 권력에는 영혼까지 팔아가며 아부하는 파렴치함도 척결해야 한다는 거다. 재벌이 대통령의 청부업자 노릇을 한 청와대 수석과 최순실의 측근들에게 돈을 내주면서 총수의 경영권 승계와 사면, 형제 간 경영권 분쟁, 세무조사 편의와 맞바꾸기를 하는 정경유착도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는 거다.

대통령 퇴진은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해결하는 첫 번째 전제조건에 불과하다고 국민은 보는 것 같다. 사실 시간문제로 보인다. 국민은 벌써 박근혜 퇴진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바라고 있다. 대통령 직선제를 비롯한 제도적 민주화는 이뤘지만 헌법적 가치와 국민의 권리가 무시당하고 홀대받는 상황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의 정신에 따라 대한민국이 바로 서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믿음과 의지, 그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적인 불평등과 부조리, 반칙과 협잡이 횡행하고,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부정과 불법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마치 성공한 사람들의 특권이나 자랑이 되는 사회는 우리 자식 세대에게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검사를 비롯한 대한민국 공무원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확인시키고, 또한 그 원칙은 앞으로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이다.

이 모든 국민의 바람은 헌법에 오롯이 들어있다. 다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뿐이다. 특히 헌법 제1조는 핵심이다. 제안한다. 앞으로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부처와 전국 시·도청사 사무실에 국정목표나 시정목표, 도정목표 따위를 액자로 걸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 제1조 ②항을 내거는 건 어떨까.

촛불시위 현장에서 시민들이 목 터지게 외친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이렇다.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논설주간 song@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4. 4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7. 7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8. 8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9. 9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10. 10[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3. 3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4. 4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5. 5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6. 6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7. 7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8. 8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9. 9이혼소송 중 주소 노출…서울고법원장, 아내 살해 공무원 사건에 “제도개선”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첫 출근에 "피아구별 없이 엄중 수사하길"
  1. 1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2. 2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3. 3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8. 8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9. 9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10. 10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6. 6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7. 7고성서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등산축제
  8. 8“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9. 9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10. 10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