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일본·호주 등은 처벌규정 둬
- 법이 도덕성 지배하면 자칫 부작용
- 선의 강요하기보단 장려토록 검토를
최근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뉴스는 한낮의 더위만큼 우리를 짜증나게 만든다. 자신들이 타고 가던 택시의 기사가 심장마비를 일으켜 쓰러졌는데도 구조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그냥 갔다는 내용이다. 이들 승객은 다른 택시를 갈아타고 공항으로 가서 외국에 골프를 치러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일이 알려지자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만들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법은 성서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 어떤 유태인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던 도중에 강도를 만나 상처를 입고 길가에 버려졌는데, 동족인 유태인 제사장과 레위인은 이를 못 본 척하고 지나가 버렸다. 그에 비해 유태인에게 멸시받던 사마리아인은 측은한 마음에 그를 구조해 주었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도덕적 의무를 법으로 규정하고 강제하는 것을 말한다. 프랑스 형법은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을 구조해 주어도 자기가 위험에 빠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의로 구조해 주지 않는 자는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 영국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도와주지 않고 사진만 찍은 파파라치가 이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았다. 프랑스 외에도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호주, 일본 등에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몇 년 전 이 법이 발의된 적이 있었지만 이견이 많아 법제화되지는 못했다.
이 법을 반대하는 측은 도덕적 문제인 '구조의무'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구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윤리적 판단인데, 단지 위험에 처한 사람 곁에 있었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고 구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반면 찬성하는 측은 갈수록 증가하는 범죄를 막고 사회연대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법에 대한 찬성·반대 여부를 떠나 몇 가지 의문점이 있다. 우선, 이 법을 만들면 처음 법을 만든 의도대로 대부분의 사람이 도움을 줄까? 혹시, 법이 구속하니 더 멀리 피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선의의 피해자는 없을까? 과연 도덕성을 법이 강요할 수 있는가? 그동안 인간의 욕망과 도덕성을 지배하려는 법들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간통죄법, 성추행법, 성매매법 등이 그랬다.
오는 28일부터는 5만 원 이상 선물을 주고받지 못하는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이 또한 선의의 피해자 발생이 예견되는 법이다. 사실 이 법은 큰 케이크 하나 정도인 값을 주고받는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한 취지는 아니었을 것인데, 당초 취지와 달리 그렇게 변질되었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위험에 처한 사람에 대해 적극적인 구조를 장려하는 것이 아니고 처벌규정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구조자에게 상금을 지급한다고 하면 서로 구조자가 되려고 하지 않을까. 법은 도덕을 지배하려 하기보다 방향을 바꾸려는 노력이 되어야 한다. 법보다는 도덕이 더 우위의 가치인 까닭이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좋은 사례가 2008년 응급의료법 개정이다. 이 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응급상황에 처한 인명을 구조하다가 불의의 사고가 나더라도 구조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혹시 응급처치를 하다 결과가 안 좋아지거나 잘못된 경우, 나한테 책임을 묻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서 응급환자 발생 때 조치를 머뭇거리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법은 도덕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장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선행을 실천하는 사람은 건강하다.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10년 동안 졸업생 2700명을 조사했더니, 선행을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두 배로 건강하고 두 배로 장수하더라는 것이다. 우리의 건강과 장수를 위해서라도 법 제정보다 선행을 하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제대로 해야 할 듯하다.
인제의대 부산백병원 소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