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미국 상원이 '미국 자유법(USA Freedom Act)'을 통과시켰다. 표결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자유법이 미국 시민의 자유권과 국가 안보를 동시에 지켜줄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 법은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 미 국가안보국(NSA)이 대량으로 일반시민의 통신기록을 수집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자유법은 2001년 9·11 테러 후 도입된 테러대책법(Anti-terrorism legislation), 일명 '애국법(USA Patriot Act)'에 대한 반발로 제정된 것이다. 애국법에 따라 NSA는 미국 시민 수백만 명의 통신기록을 한꺼번에 수집해 5년간 보관하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다. 9·11 테러라는 전대미문의 충격을 당한 미국 시민들은 이 법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2013년 NSA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무차별 도·감청 실태를 폭로하면서 미국 시민들은 심각한 인권침해를 걱정하게 됐다. 정보기관이 아무런 테러 혐의가 없는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한 없이 수집해 활용한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미국 자유법안은 테러방지에 기여하면서도 시민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막기 위해 마련한 애국법의 대체 법안이다.
물론 미국 자유법안의 통과는 순조롭지 않았다. 미국 하원은 일찌감치 자유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상원은 자유법안을 거부하고 애국법 원안 연장을 고수했던 것. 하지만 랜드 폴 상원의원이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로 연장안 처리를 막음으로써 한시법인 애국법은 마침내 폐기됐다.
최근 일반 국민들의 테러방지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야3당이 테러방지법 제정안의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한 릴레이 필리버스터가 주목을 받으면서다. '도대체 테러방지법이 뭐기에 저 야단들인가' 하는 궁금증을 가질 만하다. 미국이 테러방지법(미국 애국법)을 제정한 계기가 9·11 테러라면 우리는 IS 테러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일련의 도발행위라고 볼 수 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 행위에 대해 일부에서 "국가 테러를 방기하자는 것이냐"고 비판하는 소리가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다가도 깰 통탄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테러방지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검토하고 보완하는 게 옳지 않을까. 테러방지법은 미국 자유법처럼 국가 안보와 국민의 자유권을 동시에 지켜주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송현 논설위원 pin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