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영 중인 KBS1 TV 드라마 '장영실'은 천문현상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인식을 잘 전해준다. 별똥별소나기(유성우)는 국가 변고의 조짐이며, 목성(木星, 옛 歲星)이 달에 가려 지는 월탄세성(月呑歲星)은 나라에 큰 환란이 닥칠 징조라고 한다. 장영실은 관측기록을 들어 유성우 등 천문현상은 천체의 운행에 의한 것일 뿐 인간세상의 변고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가 천문·역일 등을 담당하는 서운관 관원들에게 치도곤을 당한다.
또 당시에는 천문현상의 예측과 해석도 중국(명나라) 역서를 따랐던 것 같다. 월식이 언제 일어나느냐고 왕이 물으면 서운관 판사는 "대국의 역서에 따르면…" 한다. 해(태양)는 예로부터 동서를 막론하고 왕을 상징했다. 달이 태양을 가리는 일식은 왕권에 대한 경고로 여겨질 만하다. 그래서 왕들은 구식례(求食禮)를 올려 일식이 더 이상 일어나지 말기를 기원한다. 구식례를 올리려면 일식 시각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 알다시피 일식·월식이 일어나는 시각은 장소에 따라 다르다. 명나라 역서를 기초로 한 서운관의 일식 추보(예보)가 맞을 리 없다. 구식례가 소나기로 난장판이 되자 왕이 분기탱천하는 장면은 재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때가 조선 초기 즉 15세기 초엽인데, 천문현상에 대한 이 같은 오해는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곳에서도 갑자기 나타나는 혜성과 아주 드문 현상인 초신성은 특히 불길한 징조로 여겨졌다. 근본적인 이유로 천상의 세계는 완전하고 영원불멸하다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관과의 상충을 꼽을 수 있다.
과학이 만개한 오늘날에도 천문현상에 대한 오해가 없지는 않다. 한때 태양계 행성들이 일렬로 정렬(Grand Alignment)하면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태양계의 아홉 개 행성이 정렬된 적은 없고, 2000년 5월 다섯 개 행성이 일직선으로 모였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태양에 비해 행성들의 중력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한 줄로 모인들 영향이 있을 리 만무.
우리에게 친숙한 다섯 개의 행성,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이 19일부터 이달 말까지 서쪽 하늘에 나란히 나타난다는 소식이다. 궤도가 각기 다른 이들 행성이 한데 나란히 서는 것은 그 어떤 불꽃놀이보다 아름답고 진귀한 우주쇼임에 틀림없다. 천문현상을 그 자체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결국 혹세무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문주의의 발로였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