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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대마도에 대한 생태적 접근 /박창희

한국인 방문 줄이어…올해 21만 명 달해

자연·현지인 삶 존중, 에코투어로 접근땐 대마 갈맷길도 열릴 듯

  • 대기자 chpark@kookje.co.kr
  •  |   입력 : 2015-12-17 19:09:37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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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對馬島)에는 없는 것이 세 가지, 많은 것이 세 가지 있다. 도둑이 없고, 아가씨가 없고, 욕심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이 귀하고 순박하게 산다는 뜻일 게다. 많은 것 세 가지는 물고기, 자판기 그리고 산이다. 가보면 실감한다. 최근 많은 것이 하나 늘었는데 바로 한국인이다. 어딜가나 만나고 부딪히는 사람이 한국인이다. 대마도에서 한국인은 금방 표가 난다. 움직임이 크고 시끄럽다.

대마도 부산사무소에 따르면 대마도 인구는 올해 11월 말 기준 3만2500명. 갈수록 줄어들고 노령화도 심하다. 대마도를 찾은 한국인은 올 들어 10월 말까지 17만6800명. 연말까지 21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연간 대마도 인구의 7배에 달하는 한국인이 찾는다는 얘기다.

대마도를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가깝고 비용이 적게 든다. 부산서 상대마(上對馬)의 히타카츠까지는 1시간10분, 배삯은 15만 원 선이다. 여행 상품에 따라 평일 배삯은 50% 정도로 떨어진다. 면세점 쇼핑을 즐길 수 있고, 낚시 등산 캠핑 등 힐링여행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국과의 인연이 각별해 역사탐방지로도 제격이다. 웬만한 곳은 한글 안내가 되어 언어 걱정도 별로 없다. 여행업계는 대마도를 찾는 한국인 방문자가 최대 5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런데 급증한 한국인들이 대마도에 '요란한'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주요 관광지나 가게 등에서 시끄러운 건 예사고, 쓰레기를 버리거나 공공기물에 한글로 낙서를 하는 등 표를 내고 있는 것. 히타카츠 인근 산책로에는 '독도사랑'이라 적힌 리본도 달렸다. 평범한 대마도 사람들은 '골치 아픈' 한국인이 더 많이 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고 한다. 대마도 중심도시인 이즈하라에는 아예 '한국인 출입금지'라 써붙인 가게도 있었다. 숫제 나라 망신이다.

일본 내 보수 우익들이 그냥 보고 있을 리 없다. 2008년 10월 '쓰시마(대마도)가 위험하다'는 특집 기사로 파문을 불러 일으킨 산케이 신문은 대마도의 작은 변화까지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혐한·반한 감정의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말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이 대마도 항공 자위대 기지를 찾아 경계 감시 강화를 지시하고, 그 인근에서 한국계 기업이 운영하는 숙박시설을 둘러본 것도 한국경계 심리의 표출로 해석된다.

대마도 관공서 곳곳에는 '국경이도신법(國境離島新法) 제정을!'이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대마도 같은 외딴 국경지대에서 외국인의 토지 취득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마도의 '한국색'을 경계한 움직임들이다.

지금 대마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일시적 풍파 정도로 여겨선 곤란하다. 대마도는 한일 관계의 축소판, 리트머스 시험지같은 곳이다. 지난 역사가 말해주듯, 대마도는 한국, 특히 부산과의 교류 없이는 온전히 살 수가 없는 땅이다. 경제적·지리적·심리적으로 그렇다. 한국 관광객 없는 대마도는 이제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건 대마도 측이 너무나 잘 안다. 한국 측으로서도 대마도는 중요한 쇼핑, 힐링 관광지다. 부산으로선 제주도보다 싸고 편하게 제주도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마도는 섬 전체가 자연휴양국립공원이라 어딜 가나 자연미와 풍광이 빼어나다. 순수 자연 속에서 힐링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고 보면, 앞으로 대마도는 트레킹(걷기) 여행의 신천지가 될 수도 있다. 편백과 삼나무가 무성한 상대마 일대의 해안가와 녹나무 천국인 아보시다케 일원의 몇 군데 코스를 실제로 걸어보니 정말 환상적이었다.

이웃으로서의 대마도는 영토 문제를 떠나서, 21세기 새로운 한일 관계를 만드는 생태적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 조상들이 남긴 성신교린(誠信交隣)의 가치와 비슷한 맥락이다. 대마도를 쾌적하게 걷는다는 상상력을 발동하면 부산의 '갈맷길'을 대마도에 열지 못할 이유도 없다. 그 가능성은 이미 제주올레가 규슈에서 보여주고 있다. 지난 6~8일 (사)걷고싶은부산과 (주)에코투어 거위의 꿈은 이 같은 기대를 갖고 대마도 시청을 찾아 '대마도 트레킹 개설' 문제를 논의했다. 대마도 측은 "검토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제안"이라면서도 한국인들의 여행 행태를 꼬집고 있었다. 대마시 관광교류상공과 아비루 미수야 계장은 "호젓한 산길과 해안길을 열어 한국인을 불러들이고 싶긴 하나 그걸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양측이 얘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공감한 것은 '새로운 여행문화'에 관한 것이었다. 그 한 부분이 생태관광이란 새로운 트렌드다. 생태관광은 '살아 있는 자연과 삶'을 누리면서 지킬 수 있을 때 길이 열린다. 자국이 아닌 외국에서 그걸 누리려면 지키는 힘을 보여줘야 한다.

대마도에 대한 생태적 접근, 그것이야말로 한일 양국의 갈등을 풀고 민간교류를 성숙시키는 지름길이란 생각이 돌아오는 뱃길 내내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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