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팔레스타인 출신의 문명비판론자 에드워드 사이드는 서구 국가들이 비서구 사회를 지배하고 식민화하는 과정에서 동양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태도가 어떻게 만들어져 확산되었는지를 분석했다.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을 '동양과 서양이라는 인식론적인 구별에 근거한 사고방식'이자, '동양을 지배하고 재구성하며 억압하기 위한 서양의 제도 및 스타일'로 정의했다.
황화론(黃禍論)은 그 연장 선상에 있다. 청일전쟁 말기인 1895년 독일 황제 빌헬름 2세가 주창한 황색인종 억압론. 황색인종이 유럽 문명에 대해 위협이 된다고 규정, 황색인종을 세계 활동무대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배경에는 인종차별·인종편견이 깔려 있다.
9·11테러 이후에 이슬라모포비아(Islamophobia)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띈다. 이 단어는 서구의 이슬람에 대한 혐오증, 공포증을 일컫는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9·11테러가 직접적인 원인. 민족주의가 대두된 1918년 이후에 생겨난 이 용어의 연원은 깊다. 서기 771년 이슬람의 이베리아반도 점령, 1187년 이슬람의 예루살렘 재점령, 1453년 오스만 제국의 동로마 제국 멸망 등의 역사와 관련이 있는 것. 따지고 보면 이슬라모포비아는 서구의 이슬람에 대한 피해의식을 반영한다. 무슬림의 실제 서구 탄압에 대한 공포라기보다는 무슬림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배타성이 근간을 이루는 것.
프랑스 파리에서 터진 IS(이슬람 극단 무장세력)의 테러 이후 미국에서 이슬라모포비아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에 대한 공격, 이슬람 사원 문 앞에 돼지머리 투척 등 이슬람에 대한 모욕과 협박 사건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에 편승해 공화당 대선 예비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발언해 빈축을 사고 있다. 공화당 출신 하원의장인 폴 라이언마저도 "트럼프의 발언은 우리 당이 추구하는 게 아니다"고 비판할 정도.
황화론이나 이슬라모포비아는 서구 중심의 시각과 피해의식의 소산이다. 일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행위를 전체 이슬람에 대한 혐오감으로 확산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중동의 많은 국제문제 중 상당수는 서구 열강의 패권적 지배의 부메랑임은 부인하기 힘들다. 미국이 이슬라모포비아를 키우는 것은 IS 같은 일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노리는 바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