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롬(syndrome)은 원래 공통성이 있는 일련의 병적 징후를 총괄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사회·문화적 현상을 설명할 때는, 특정 인물을 맹목적으로 우상시하거나 좋아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석호필(미드 '프리즌 브레이크'의 마이클 스코필드) 신드롬'이나 '아이유 신드롬'이 여기에 속한다. 요즘은 신드롬에 병리적이라는 뉘앙스 때문인지 신드롬 대신 '현상'을 붙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근래 들어 정치인에 대한 열망이 현상으로까지 발전한 예는 '안철수 현상'이 대표적이다. 2011년 10·26 재·보선 당시 애초 지지율 3~5%의 박원순 씨를 서울시장에 당선시킨 가장 큰 힘이 안철수 현상이었다. 이듬해 18대 대선에서도 안철수 현상의 위력은 박근혜 대통령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 현실정치를 본격화한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정치적 한계를 드러내면서 안철수 현상은 사그라들었다.
요즘 한국정치의 풍향계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얼마 전 친박계(친박근혜계) 의원이 분권형 개헌론을 주장하면서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라는 구체적인 예를 제시했다. 개헌론의 불을 지피기 위해 무성한 '반기문 대망론'에 편승한 것이다. 최근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반기문 총장이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인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뿐인가. 17일 자 일간지들은 앞다투어 '반기문 방북'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반 총장의 대권가도와 연계시키는 대목이 빠질 리 없다. 이쯤 되면 한국 정치권은 '반기문 현상'에 휩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모든 현상에는 등장과 퇴조가 있기 마련. 새정치에 대한 시민사회의 열망이 안철수 현상의 등장을 불렀다면, 새정치 제도화와 조직화에 대한 역량 부족이 안철수 현상 퇴조를 가져온 것은 당연하다. 반기문 현상은 어떨까. '안철수 현상처럼 다만 현상에 그친다'와 '반기문 총장의 경우는 다르다'는 두 가지 전망이 팽팽하다. 전자의 경우는 한국 정치권의 구심력이 워낙 커 '초청 선수'가 대권을 잡은 예가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을 든다. 후자의 근거로는 반 총장의 세계적 지명도, 고른 연령의 지지도, 현 최고권력자의 지지 등이 꼽힌다.
반기문 현상이 어떻게 발전하고 퇴조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등장 이유와 의미는 분명하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며, 기존 정치권 특히 대선 예비주자에 대한 국민의 채찍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