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낙동강 하굿둑을 붙잡고 마침내 씨름을 시작했다. 서병수 시장이 직접 나서 '2017년부터 점진적 개방' '2025년 완전 개방' '2025년까지 공업용수 취수원과 식수 취수원 이전' 등 하굿둑 개방 로드맵을 제시했다. 선언적이나마 전향적 정책 의지다. 1987년 11월 낙동강 하구가 틀어막힌 지 28년만에 듣는 화끈한 뉴스다.
지역의 환경단체들은 7일 '낙동강 하구 기수(汽水) 생태계 복원 협의회'를 발족시켜 '낙동강 하굿둑 열어라! 1300인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서 시장이 1호 서명자로 참여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오는 20일 국회 토론회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하굿둑 개방은 부산시의 뜻처럼 결코 쉽게 열릴 문이 아니다. 부산시가 열 수도 없다. 하굿둑 수문 10개를 여는 키는 한국수자원공사가 갖고 있다. 수자공 뒤에는 국토교통부가 있다. 어선 통행을 위한 갑문, 물고기 이동 통로인 어도(魚道)조차 수자공이 통제한다. 하굿둑 전면개방이 되려면 국토부의 결단, 환경부의 동의, 아니 청와대의 언명이 떨어져야 가능하다. 낙동강을 트고 나면 비슷한 처지의 금강, 영산강 하굿둑도 열자고 할 터인데, 그 봇물을 국토부가 감당할 수 있을지 극히 의문이다. 선언적 의미를 한꺼풀만 벗겨보면 이 문제가 얼마나 강고한 콘크리트 벽인지 알 수 있다.
하굿둑을 연다는 것은, 어쩌면 대한민국을 여는 일이다. 이 땅의 개발 우선, 토건주의, 자본 만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문제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정작 열어야 할 낙동강 하굿둑을 놔두고, 그 위에 대형보 8개를 뚝딱 건설한 것이 우리가 보고 있는 토건주의의 실체다.
지난 2일 부산시청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이 '하굿둑 개방' 문제를 도마에 올려 의문과 우려를 쏟아낸 것도 같은 배경이다. 부산시의 선언에 대해 경남과 울산에서 용수 확보 대란을 부른다며 반발하고 있는 부분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취수원 이전, 정수시설 개선 등에 필요한 2조 원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하굿둑은 하구에 있는 하나의 둑이 아니라, 낙동강 전체를 가로막고 있는 둑이다. 이는 낙동강 전체의 이수·치수·수리·수문적 상황과 관련돼 있고, 다양한 이해 관계가 얽혀 있다. 말하자면 낙동강 복잡계다. 하굿둑을 연다면 중 상류 대형 보들의 운영부터 달라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인공 시설을 자연으로 돌려야 한다는 얘긴데, 환경단체들이 요구하는 4대강 보의 재자연화를 부산시는 받아들일 수 있는가.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에서 부산까지 1300리를 흐르고 무려 1300만 명이 식수로, 각종 용수로 사용하는 대하다. 단순히, 단편적으로, 한쪽만, 정파에 갇혀 바라봐선 안 된다는 말이다. '낙동강 공동체'라는 관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큰 틀에서, 넓은 시야로, 깊이 보지 않으면 해결책은 커녕 혼란만 더 가중시킬 수 있다.
그 전에, 부산시는 을숙도 등 낙동강 하구를 무분별하게, 무책임하게 개발·훼손한 데 대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 개발 후유증에 새들이 절룩거린다. 자연은 정직한데 인간은 여전히 오만한 것이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