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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싸가지 없는 말의 정치 /송문석

계파 갈려 패싸움 하듯 말대포 쏘아대는 진보

그들만의 리그 열중 선거에 백전백패할 뿐, 달라지는 세상을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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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춘이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을까'라고 한 지적은 유시민의 급소를 찌른 절묘한 한마디였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386 초·재선의원 모임 '새로운 모색' 공동대표였던 김영춘이 유시민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였다. 김영춘은 최근 사석에서 "당시 유시민이 입만 열면 당내에서 전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싸가지' 발언 배경을 말했다. 그는 "김영춘 식으로 말했어야 했는데 나 역시 유시민 식으로 표현한 것 같아 미안했다"며 "유시민에게 이후 여러 번 사과를 청했는데 자신을 가장 존경하는 딸이 나를 용서하지 않는다면서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 무렵 고등학생이던 유시민의 딸이 김영춘을 원망하며 아빠에게 했다는 말도 어록감이다. "그토록 싸가지 없는 얘기를 어쩌면 저렇게 예의 바르게 말할 수 있을까요?" 그 아빠에 그 딸이다. 언어 순발력은 타고났다. 어쨌거나 "싸가지 없다는 비판이 두고두고 나를 가두는 올가미가 될 것"이라는 유시민의 예언처럼 자숙과 반성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올가미를 벗지 못하고 있다.

김영춘의 싸가지론이 나온 게 2005년이다. 10년이 흘렀다. 그런데도 싸가지 없는 막말들은 끊이지 않는다. 그것도 진보 쪽에서 많이 나온다. 정확하게는 진보 쪽 싸가지 없는 말들만 부각된다. 싸가지 없기로야 보수도 더 하면 더 했지 꿀리지 않는다. 철없는 '일베'들부터 군복에 빨간 모자를 쓰고 시위를 벌이는 '어버이'들까지 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탐욕과 부패에다 관용이나 배려 따윈 안중에도 없는 보수의 싸가지 없음은 이젠 그러려니 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싸가지 없는 보수'란 말은 없고 '싸가지 없는 진보' 딱지만 이마에 붙인다고 진보가 억울해 해선 안 된다. 진보에 싸가지 없다고 올가미를 씌우고 족쇄를 채운 건 다름아닌 진보다.

전북대 교수 강준만이 '싸가지 없는 진보'란 책에서 지적한 것처럼 진보의 '싸가지 결핍증'은 민심 난독증, 무뇌증을 포함하는 제3의 병명이다. 무례하고 도덕적 우월감에 빠져있으며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대표적 증상이다.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고 예의를 벗어난 표현을 한다거나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자세로 가르치려 든다. 보수에 표를 찍으면 마치 상종하지 못할 인간이라도 되는 듯 어떻게 그런 정당을 지지하느냐고 호통을 친다. 독설과 욕설만 내뱉을 뿐 상대가 왜 그러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은 없다. 있는 건 자기 합리화와 아전인수식 논리뿐이다.

영국의 자유당은 빅토리아 여왕 시절 네 번이나 집권했고, 1차 대전 승리를 이끈 전시내각도 그들이 주축이었다. 1906년 총선에서는 400석을 얻었다. 보수당은 157석이었다. 그런데 1924년 총선에서는 40석밖에 얻지 못했다. 보수당은 419석, 노동당은 151석을 거뒀다. 자유당은 이후 정치 무대에서 잊혀졌다. 일주일 전 총선에서 자유민주당이 얻은 의석은 총 650석 중 겨우 8석이었다. 세계 정당사에 자유당의 몰락사는 연구주제다.

'정당은 어떻게 몰락하나(영국 자유당의 역사)'를 쓴 서울대 교수 강원택은 유권자의 뜻을 반영하지 못하고 변화하는 시대적 가치에 적응하지 못한 것을 자유당 몰락의 원인으로 꼽는다. 정당들이 지역주의와 소선거구 단순다수제 선거라는 제도적 방어막, 폐쇄적인 독과점 구조 속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며 '내부 분열'과 '변화에 대한 부적응'에 젖어있다가 도태된다는 게 강원택의 진단이다. 어째 새정치민주연합이 자유당 몰락의 그림자 위에 어른거리지 않는가.

동양대 교수 진중권은 "싸가지가 문제가 아니라 대중에게 할 말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싸가지 없는 진보'는 단순히 어투의 문제가 아니다. 콘텐츠가 없기 때문에 '왕싸가지' 말대포만 쏘아대는 것이다. 변화하는 민심과 유권자의 흐름을 읽어내고 대한민국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모습을 야당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동교동계 친노계 비노계로 갈라서서 패싸움하듯 싸가지 없는 말대포를 상대에게 쏘아대는 걸 정치를 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이런 정당에 더는 무엇을 기대할 게 있을까. 적어도 보수가 '잃어버린 10년'이라면서 절치부심 10년 야당 생활을 거쳐 내공을 쌓으며 진보의 가치와 의제를 선점해 두 차례 대선과 총선을 승리하는 걸 타산지석으로 삼을 생각이 도무지 없다.

이러니 진보의 싸가지 없는 말의 정치로는 선거만 하면 백전백패할 뿐이다. 지난 10년간 야당은 문패를 몇 차례 갈아 달았지만 이겨본 선거가 없다.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그들은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눈과 귀를 틀어막고 자기들만의 리그에 열중했다. 갈라파고스 섬의 생물들처럼 고립을 자초한 그들의 머리는 화석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이러다간 핀타 섬의 마지막 코끼리 거북 '외로운 조지'처럼 끝내 멸종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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