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문율의 사전적 의미는 문서의 형식을 갖추지 않는 법을 말한다. 그렇다면 스포츠에서의 불문율은 규정에 있지 않으나 관습적으로 인정되는 선수들의 법이라 할 수 있다. 불문율은 스포츠맨십을 기초로 만들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축구에서 경기 중 한 선수가 큰 부상을 입었지만 심판이 보지 못했을 때 공을 밖으로 차 내서 경기를 중단시켜 선수를 보호하고, 이후 공을 잡은 팀은 감사의 표시로 공을 그냥 넘겨주는 것과 같다.
테니스 동호인 시합에 출전해 보면 '인-아웃' 시비가 시시콜콜 벌어진다. 규정에는 '셀프'(self)로 확인할 수 있기에 공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본 선수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게 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 시비가 너무 길어지면서 서로 양보하지 않는 경우 레트(let)로 처리해 다시 경기를 하는 경우가 바로 불문율에 해당한다.
반대로 스포츠맨십과 관련이 없는 불문율도 있다. 아이스하키 경기에서는 '주먹질'을 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워낙 격렬한 경기이고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다반사이기에 주먹질 정도는 몇 분간 뛸 수 없는 페널티를 받는 것으로 용서받는다. 다만, 맨주먹으로 1 대 1로만 해야 하고 스틱을 사용하면 중징계를 당한다.
최근 롯데와 한화의 프로야구 경기에서 불문율을 어겼다고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벤치클리어링 자체도 불문율인데, 선수 전원이 그라운드로 나와 기싸움을 하는 것이다. 만약, 여기에 참가하지 않으면 같은 팀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게 된다. 롯데와 한화 간 벤치클리어링의 발단은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던 팀의 선수가 도루를 한 것 때문이었다. 이 사건을 두고 해석이 분분했지만 어찌 되었든 도루를 한 선수에게 두 번이나 몸에 맞는 볼을 던지는 것은 프로가 아니다.
프로야구에도 좋은 불문율이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타자는 항상 전력으로 질주한다' '심판의 볼 판정에 항의하지 않는다' '끝내기 홈런이나 데뷔 첫 홈런이 아니면 요란한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다'와 같이 누가 봐도 따르면 좋은 것들이 있다. 이러한 불문율은 상대에 대한 존중을 의미한다.
상대에 대한 존중은 선수의 품격이다. 잘못 던져서 타자가 고통스러워하는데도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투수는 과연 옳은가? 점수 차가 크다고 도루도 안 하고 헛스윙을 해 줘야 되는가? 상대가 잘했을 때 박수를 쳐주는 경우를 프로테니스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경기에 지더라도 좋은 선수로 남게 되고 더 많은 팬이 만들어진다. 야구는 팀에 소속되어 운동하는 경기라 개인적인 행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잘못된 불문율은 하나씩 깨어나가야 한다.
해마다 몇 건의 빈볼 사건이 나타나고 있는데, 윗사람부터 생각을 바꿨으면 좋겠다. 여기서 윗사람이란 감독, 코치, 고참 선수 등을 말한다. 뻔히 다칠 것을 알면서 공을 던지기 때문에 지시 없는 독자적인 행동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점수 차를 불문하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가 진정한 프로다. 다음 경기를 위해 오늘의 경기를 포기하는 것은 관중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좋은 불문율은 계승하고 나쁜 불문율은 없애야 한다.
팀별 게임 수의 증가로 800만 관중을 바라보는 프로야구이다. 그만큼 더 많은 관중이 선수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고 있고, 어린 학생들은 선수들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이지만 이것 하나만은 꼭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미국의 스포츠 지도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강조하는 철학이 바로 '승리보다 선수를 우선하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LA(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를 아직도 못 보고 있는 것이다. 모든 스포츠에서의 불문율은 '선수 보호'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부산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