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누구나 입에 익은 초등학교란 말을 쓰게 되기까지 일본 제국주의 마수를 벗어나고도 꼭 50년이 걸렸다. 소학교 보통학교로 불리던 것이 일본 군국주의가 세력을 떨치던 1941년 일왕을 받드는 충실한 국민을 양성한다는 국민학교로 바뀐 뒤 나라를 되찾고도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사용한 결과다. 광복 50주년인 1995년 8월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민족정기 확립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그해 12월 교육법 개정을 통해 이듬해인 1996년 3월부터 초등학교가 우리 새싹들의 배움터가 됐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한다. 또 사람의 말에서 그의 사고와 행동을 엿볼 수 있다고도 말한다. 정치인이나 저명인사의 말 한마디가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에게 '4·19', '5·16'을 어떻게 부르느냐고 묻는 게 일반화돼 있는 게 이를 말한다. 이를 통해 그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유력 정치인들이 "광주사태", "부마사태"라 말했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 이를 수습하느라 진땀을 빼는 것도 그 한 예이다. 2차 세계대전에 패한 일본이 '패전'이라 하지 않고 '종전'이라 고집하는 것도 그들의 사유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반도에서 그것도 둘로 쪼개진 분단 현실에서 서울 중심의 수도권 중심 사고는 공고하다. 이곳 외 다른 지역을 낮춰보는 인식은 말 속에 담겨 있다. 인천 수원은 물론이고 서울에 접해 있다고 부천 성남 등은 그대로 부르면서 충청 경상 전라지역은 모두 '지방'내지 '시골'로 통칭된다. 수도권은 지역이고 다른 곳은 지방이란 이분법이 자리하고 있는 증거다.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마저 경국대전까지 끌어들여 '수도는 서울이다'는 황당한 관습법 논리를 들이댈 때 이땅이 서울공화국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게 마련이다.
서울에 종속된 개념인 지방이 아니라 수평적 개념인 지역이란 말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이 이를 위해 그제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지방분권법을 지역분권법으로 바꾸면서 우리 헌법을 비롯해 모든 법률에 지방 대신 지역으로 대체할 것을 주문했다. 낙인효과와 정반대인 피그말리온 효과란 게 있다. 기대와 관심을 갖고 대하면 긍정적 결과가 따른다는 거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지방자치제 실행 20주년이다. 지역을 지역이라 우리부터 애정을 갖고 부르는 운동으로 이를 뒷받침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