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진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 고유의 정서를 잘 녹여내는 시인 백석이 그린 '국수'중 일부다. 어린 시절 정겨운 추억에다 우리 고유의 민족성을 국수에서 찾아내고 있다.
국수는 스님들이 말만 들어도 웃음을 짓는다고 해서 승소(僧笑)라고도 한다. 한때 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절 우리네 가정의 주요 먹을거리이기도 했다. 1960,70년대 분식장려운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었다. 한 끼 때우기에 급급했던 서민 가정에선 밀가루로 만든 국수는 아주 요긴한 대용품이었다. 자연 아이들에겐 가장의 술심부름과 함께 동네 점방을 찾는 심부름거리이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국수 몇 가닥을 뽑아 먹는 재미로 따진다면 스님들의 승소에 버금가지 싶다.
끓는 물과 찬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제 맛을 내지 못하는 국수의 원료는 밀이다. 밀이 대량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제분업이 성행하게 된 것은 'PL480호'인 미국의 식량원조계획 덕이었다. 정식 명칭은 미국 농업수출진흥 및 원조법이다. 미국 내 남아도는 밀을 우리나라에 지원한 것으로 1956년부터 1981년까지 이어졌다. 이때부터 나라 살림이 나름 어깨를 펴기 시작한 즈음이라 국수는 우리네 가정사나 나라 형편과도 어떤 면에서 밀접히 연관돼 있는 측면도 있다. 엄마 치맛자락을 붙잡고 부엌에서 국수 삶는 것을 지켜보던 세대가 이제 중장년이 됐고 그들의 자녀들이 베트남 쌀국수를 별미로 먹는 사회로 확 달라진 세상이다.
주식이 아닌 간식거리가 된 국수가 다시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불어 터진 국수"를 언급한 것이다. 경제활성화가 급한데 정치권이 손을 놓고 있어 우리 경제가 불쌍하다는 비유로 동원한 표현이다. 제대로 삶고 국물에 맞춤한 양념을 넣어야 국수 맛이 살아난다. 대통령이 첫 단계인 국수를 졸깃졸깃하게 삶아내기나 했는지 묻고 싶다. 어설픈 정책과 인사로 국민의 골을 질러놓는 대통령이다. 국민의 눈엔 대통령의 '불어 터진 인식'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