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반드시 지게 되는 게 국방의 의무다. 처절한 동족상잔을 겪은 데다 월남전에 참전하는 파월장병시절이던 1960, 70년대는 집집마다 아들 낳았다고 좋아하다가도 군대 보낼 나이가 되면 걱정이 태산이었다. 군에서 혹여 죽거나 몸이 상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다. 신체검사에서 군 면제나 집에서 도시락 싸다니며 복무하는 방위 판정을 받으면 졸지에 '운 좋은 사람'으로 통했다. 결핵 등 전염병 보균자 외 신체결함으로 이런 판정을 받는 사람들 중에는 평발이 많았다.
오래 뛰거나 걸어야 할 일이 많은 군대에서 평발자는 복무 부적합자로 본 것이다. 평발자는 보통사람과 달리 발이 쉽게 피로해지고 통증을 빨리 느끼기 때문이다. 발바닥 안쪽이 패여 들어가 있지 않고 편평해 영어로 'Flat Feet'라고도 한다. 평발인지 아닌지는 대개 6~7세에 판가름난다는 게 의학계 설명이다. 태어나 걷기 시작하면서 대략 5세때까지는 모두 평발인데 이를 '생리적 평발기'로 친다고 한다. 서 있을 때 체중으로 인해 발바닥이 편평해지는 '유연성 평발'과 앉아있어도 그런 '경직성 평발'로도 나뉜다.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신체결함도 있지만 사람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 가능한 게 평발이다. 경기 내내 쉼없이 뛰어다닌다고 '산소 탱크'란 별명을 가진 박지성 선수가 그렇다. "평발이 운동에 불리한지조차 몰랐다. 발이 간간이 아파왔지만 운동을 많이 하면 누구나 그런가 하고 당연히 여겼다"는 극복담은 그의 진면모를 새삼 확인시킨다. 중견 배우 이정재는 1999년 영화 '이재수난'를 찍고 '퀵서비스맨'이란 별호를 얻었다. 평발인 그가 난을 주도하기 전 관아 심부름꾼인 통인(通引) 신분으로 쉴새없이 제주도 오름을 오르내려야 하는 장면을 멋지게 소화해 붙여진 거다.
병역에 민감한 우리 사회에 총리 후보자의 평발이 문제로 부상했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월남전이 한창이던 1971년 신체검사에서 현역 복무인 1급판정을 받았다 세 차례 재검 끝에 평발로 방위(보충역)가 됐다는 것이다. 없던 평발이 4년 만에 생긴 셈이다. 자라나는 2세들의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며 불과 두 달 전 인성교육진흥법까지 만든 우리 정치권이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라 했다. 이들의 인성이 비뚤어졌다면 우리 사회가 그렇다는 말 아닌가. 총리 인사청문회를 인성교육 관점에서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관전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