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파이프'라는 식물이 있다. 광합성을 하지 않는 음지 식물인데, 모양이 인디언의 담배 파이프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담배를 뜻하는 영어 'tobacco'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담뱃잎을 담아 피운 파이프 담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인디언들은 '평화의 파이프'라 불리는 우리의 곰방대처럼 설대가 긴 파이프 담배를 즐겼다. 인디언들은 비를 내려주는 구름은 신이 담배를 피워 만든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자신들도 담배를 피워 신에게 화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인디언들에게 흡연은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적 행위였던 셈이다.
조선시대 민화 중에 곰방대를 물고 있는 호랑이 그림을 못 본 사람은 없을 터.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의 그 호랑이다. 전설에 의하면 효자가 홀어머니 병 구환을 위해 호랑이로 변해 영영 호랑이로 살게 됐다. 어느 날 벼슬을 받고 호랑이를 잡으러 온 어릴 적 친구를 만나 자신의 신세를 말하며 담배를 얻어 피운 것이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게 된 내력이라고. 담배가 전래된 초기에는 평민들이 양반과 맞담배를 피웠다고 한다. 담배 앞에는 빈부나 신분의 차이가 없이 평등했다는 것. '담배 피우는 호랑이'는 평등 사회에 대한 평민들의 염원인 것.
곰방대 하면 떠오르는 추억 한토막. 초등학교 시절 여름, 하얀 모시적삼을 입은 아버지가 대청마루에 앉아 곰방대를 물고 때마침 떠오른 둥근 달을 보고 계셨다. 뭘 생각하고 계실까, 궁금했다. 근데 그날 학교에서 들은 선생님의 엄청난 말씀이 떠올랐다.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착륙했다는. 아버지 저 달에 사람이 갔대요. 아버지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묵묵부답. 혹시 못 들으셨나 하고 다시 한 번 더 말했다. 그러자 '예끼, 이놈'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머리가 띵했다. 아버지의 곰방대는 '헛소리'(?) 하는 막내아들에게 매였던 셈이다.
담뱃값 인상으로 1970년대 생산이 중단된 '봉초 담배'가 다시 등장했다. 연초와 필터를 말아 피우는 롤링 타바코가 인기를 끌고 있고, 농촌 어른들은 골동품처럼 창고에 박혀 있던 곰방대를 꺼내고 있다. 담배 복고풍의 주체가 서민들만이라는 게 옛날과 다른 점이다. 이 시대 부자들이 몇 천 원에 불편을 감수하지는 않을 터. 조만간 궐련을 꼬나문 호랑이 그림이 나돌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