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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노란 리본을 보며 다짐하는 것 /정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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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없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 21일째인 지난 6일 승객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64개 객실의 문이 모두 열렸으나 생존자는 없었다. 오히려 구조 활동을 벌이던 잠수사 한 명을 잃었다. 이미 손가락이 골절된 어린 시신들이 수습되고 유족의 마음이 무너져 내리면서 실낱같은 희망이 사라졌는지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 생환을 기원하며 거리에 등장한 노란 리본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잊지 말자는,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자는 다짐이다. 노란색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다. 아침이면 태양이 다시 떠오르듯이 삶은 믿음을 이어가는 일이다.

애초부터 기적을 바랄 일이 아니었다. 이건 탐욕과 무책임과 적당주의와 무사안일에 가려진 우리의 치부였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그 커다란 선체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거짓말 같은 모습에서 뼈아픈 우리의 현실을 직시했다.

생때 같은 고교 2학년생 325명이 탄 그 배의 선장과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내팽개친 채 먼저 탈출하는 장면을 봤다. 그 선사의 일가는 수많은 기업을 관리하면서 돈을 빨아들인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해난사고를 수습해야 할 정부와 관련 기관의 허둥대는 모습이 더해졌다.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 방송을 믿으며, 해경의 구조 헬기가 다가왔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기다리래. 기다리라는 방송 뒤에 다른 방송이 나오지 않아요"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끝으로 침묵의 바다에서 영영 돌아오지 못한 이들. 이들을 향한 미안함과 '구조 0명'이라는 수치스러움은 '한국에서 여객선을 안전하게 타는 법'이라는 패러디로 우리의 폐부를 아프게 찌른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한 웹툰은 '표를 사기 전 선장이 비정규직은 아닌지, 대리 선장은 아닌지 확인하고 위도와 경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GPS 장비를 구입하며 선실은 선원들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하며 선실에 대기하라는 안내 방송은 궁극의 비상신호'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물욕에 눈이 어두워 마땅히 지켜야 할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그런 불의를 묵인해준 무책임한 행동들이 결국은 살생의 업으로 돌아왔다"며 "저는 이번 희생이 헛되지 않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모든 국가 정책과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미 구속된 선장, 승무원과 함께 선사와 그 일가를 향한 전방위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조만간 검찰에 소환돼 배임·횡령·불법 외환거래·비자금 등에 관한 수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세월호 운항 및 유 전 회장 일가의 비리와 연관된 공공기관 및 정부 관계자들을 겨냥한 전방위적인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왜 그 많은 생명이 손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차가운 바닷속으로 사라진 것인지, 대책본부는 그 시간 무엇을 했는지 묻고 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가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이를 바탕으로 한 전 국민 안전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얼핏 대통령의 언명과 유족들의 요구에 접점이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그 간극은 하늘과 땅 차이다. 합동분향소의 대통령 조화가 돌려세워지고 특검을 요구하는 침묵시위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지금의 대응으로는 유족의 무너진 마음과 가라앉은 대한민국호의 자존심을 회복하기에 턱없이 미흡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매뉴얼이 없어 행정 절차에 구멍이 뚫리고 긴급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관피아'의 적폐를 그 조직에 있는 사람에게 해결하라며 칼자루를 돌려 쥐어줄 수 없다. 대형사고 발생 전 수많은 징후가 존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곱씹어 볼 일이다. 큰 재난이 있기 전에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있고, 그에 앞서 300번의 사소한 징후가 나타난다는 '1 대 29 대 300'의 이 법칙이 적용되는 동안 아무도 비상신호를 울리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버이날 아침이다. 아직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실종자 가족 생각에 사고가 없었다면 수학여행을 떠났을 딸에게서 카네이션을 받는 손이 부끄럽다. 지방선거에 월드컵 축구대회에 아시안게임까지 줄줄이 예정된 일정에도 결코 흔들려선 안 될 과제를 세월호 유족이 던져줬다. 노란 리본을 보며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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