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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시론] 청소년과 문화향유권 /하정화

청소년 놀이문화 학업과 대립한다는 부정적 시각 털고 발산의 장 열어줘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02-16 19:36:1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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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할머니집/누렁이는 잘 있을까?/보고 싶어도/학원 땜에 못간다/약수처 뒷산에/친구들이 만든 비밀기지가 있다는데/난 공부 때문에 못간다.' 오늘을 사는 청소년은 박혜선의 시 '나는 로봇이다'처럼 짜여진 시간표에 따라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사람과 자연을 벗삼아 뛰놀 수 있는 겨를이 없고, 스스로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

중학 시절, 짝지는 조용필의 열렬한 팬이었다. 꿈속에서 그를 만나기도 하고 콘서트에 가기 위해 수업을 빼먹고 상경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풍 때면 짝지의 '한오백년' '단발머리' '엄마야'는 전교생과 선생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온 산을 뒤흔들었다. 난 조용필의 실력을 인정하며 감탄하긴 했지만 짝지의 조용필 흠모와 모창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 좋아하는 것을 그토록 향유하는 적극적인 행동이 부럽기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가수나 연예인을 흠모하며 대중문화를 향유하는 청소년들은 많다. 하지만 청소년의 문화 향유권에 대한 부모세대의 이해는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청소년의 여가나 놀이문화는 학업에 밀려나 부정적으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춤·연주·노래동아리 활동을 통해 청소년만의 끼를 발산하며 건전한 청소년문화를 만들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청소년문화존이다. 부산에 상설 청소년문화존 7곳과 찾아가는 청소년문화존 1곳이 있다는 걸 아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그곳을 한 번이라도 가보면 춤과 노래 문화가 청소년문화의 중심축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된다. 청소년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싶은 욕구를 막을 수는 없다. 기성세대는 건전한 청소년문화의 하나로 청소년들에게 독서를 장려하지만 학업이 최우선인 탓에 독서든 춤이든 청소년문화로부터 멀어져 있다. 이처럼 학업과 청소년문화는 대립된 채 청소년문화의 현주소를 놓고 다양성을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청소년친화 여가문화 조성 연구와 관련해 2012년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부산지역 청소년 1713명과 학부모 14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적이 있다. 당시 조사 결과 주5일 수업 이후 주말에 여가활동이 어려운 이유로 청소년들은 '공부로 시간이 부족해서' 33.4%, '여가시설 및 장소가 부족해서' 17.9% 순으로, 학부모들은 '정보가 부족해서' 21.2%, '여가시설 및 장소가 부족해서' 21.0% 순으로 꼽았다. 여가 활용 조건으로 청소년들은 '공부만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가 81.1%로 가장 높게 나타난 데 비해, 학부모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많아야 한다'가 80.8%였다. 청소년과 학부모 간에는 뚜렷한 시각 차이가 존재했다. 학업에 대부분 할애된 청소년의 시간은 청소년으로 하여금 문화를 향유할 여유를 주지 못하는 현실이다.

여가활동은 청소년의 창의적인 사고와 사회적 역량개발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청소년 시기에 일상화된 여가 향유는 인생 전체에 긍정적 영향력을 끼친다. 학업과 여가를 대립 관계에 놓고 놀이나 여가문화를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들을 좀 더 쉬게 해주어야 한다. 쉬는 가운데 다양한 여가문화에 노출되고 참여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럴 때 청소년다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힘이 생겨난다.

요즘 청소년의 위기가 자주 거론된다. 학교와 가정이 싫어서 떠나는 청소년들이 생겨난다. 청소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평소 자신에 대한 이해와 신뢰 등 내적인 힘을 쌓아야 한다. 여기에 청소년문화는 중요한 에너지로 작용한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는 청소년에게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조성해주어야 한다.

청소년문화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문화는 청소년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그들만의 풍성하고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훨씬 더 많은 여가시간과 시설, 더불어 정부의 청소년문화 예산이 필요하다. 또 청소년들이 말하듯 공부만 강요하는 부모와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쉬며 여가를 즐기는 것을 불안하게 여기게 해서도 안 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부모세대는 청소년의 여가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 학업과 여가를 조화롭게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정부는 입시제도를 비롯한 교육정책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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