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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부산시청의 출입통제 게이트 /강동수

시민을 통제하려는 불통과 오만의 상징

약한 서민과 소통할 친구 같은 시장감을 찾아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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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부터 부산시청 내부로 들어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낯선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출입통제 게이트가 설치되더니 방문객들이 공항의 출입국 심사받듯이 줄지어 청사 출입 심사를 받는 모습 말이다. 보안관리를 강화하라는 행정안전부의 지침 때문이라고 한다. 신분증을 맡기고 출입패를 교부받는 절차야 그렇다 쳐도 방문 목적을 꼬치꼬치 캐묻는 건 사뭇 성가시다. 무슨 부서로 가느냐, 용무가 뭐냐, 만나려는 담당 공무원의 이름이 뭐냐, 사전 약속은 돼 있느냐 따위…. 그러고서도 다시 이것저것 확인하고서야 출입패를 내준다. 한번은 무슨 정책 관련 토론회에 방청하러 갔더니 담당 공무원과 약속이 안 돼 있다며 출입을 막는 데는 기가 질릴 지경이었다.

요즘 보안관련 사고가 더러 나는 터라 전혀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민원인을 응대하다 보면 업무에 다소 지장을 받을 수도 있을 게다. 그래도 그렇지 공개 정책토론을 방청하는 것조차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할까. 국방부나 국정원 같은 보안기관도 아닌 터에, 테러 위협에 노출된 것도 아닌 터에 수백만 시민을 상대로 하는 종합행정기관이 이렇게 금성철벽을 쌓아놓고 민원인을 주눅들리는 게 옳은 일일까. 시민을 잡상인 다루듯 해도 좋을까. 정보 유출이 걱정이라면 꼭 필요한 부서의 출입만 통제할 일이지 막무가내로 막아서는 건 곤란하지 않나. 서양 도시들의 청사는 울타리도, 담도 없다. 누구나 자유스럽게 출입할 수도 있다.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도 있는 일을 이렇게 장황하게 내세운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기자의 눈에는 청사에 설치된 출입통제 게이트가 불통의 상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시청사라면 좀 북적거리기도 해야 한다. 서민들의 하소연을 들어주기도 해야 한다. 때로는 민원인들의 시위나 농성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아마도 방문객의 민원을 처리하는 별도의 절차가 있긴 할 거다. 어쨌거나 바리케이드를 둘러치고선 시민을 상대로 심문하듯 꼬치꼬치 캐묻고서야 출입을 허락하는 권위주의적 발상이 문제가 아니냐는 거다.

방문객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것, 잠재적 업무 훼방꾼으로 보는 것 자체가 청사의 진짜 주인인 시민을 깔보는 사고방식의 발로 아닌가를 묻고 싶은 거다. 있는 장벽도 뜯어내야 할 판에 새로운 장벽을 왜 만드는 건지, 정부는 다른 곳도 아닌 지자체 청사에 출입통제 게이트를 설치하라고 왜 요구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박근혜정부의 불통, 권위주의의 부활이 부산시청사의 출입문에까지 연장된 게 아니냐고 하면 비약일까.

요즘 기자가 일하는 사무실에 정치인들의 방문이 잦은 것을 보니 선거철이 다가오긴 한 모양이다. "여, 수고하십니다"하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면 TV에서나 보던 사람들이 만면에 미소를 짓고 손을 내밀고 있다. 자신이 시장이 되면, 교육감이 되면 어떤 일을 펼칠 것인지 친절한 설명도 곁들인다. 열심히 하시라고 덕담이야 건네지만 선거가 끝나면 그들을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이란 걸 기자는 안다.

부산을 이렇게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겠다, 시민들이 먹고살 길을 이렇게 넓혀 주겠다는 공약은 선거 때마다 신물나게 들어온 터다. 그리고 그 공약들이 제대로 지켜지는 꼴도 보지 못했다. 강도 없는 곳에 다리를 놓아주겠다는 사람들이 정치인이라지 않나. 거창한 공약보다는 시민과 어깨를 겯고 '이인삼각'으로 동행하겠다는 마음의 자세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빽' 없고 가난한 달동네 노인들의 하소연을 귀담아 들어줄 성의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시민의 출입을 통제한, 어항 속처럼 고요하고 평화로운 청사의 넓은 집무실보다는 서민들의 치열한 삶터를 찾아다니는 시장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지방선거가 100일 남짓 남았다. 유권자들은 부산시장이 되겠다는 사람들의 아우성과 아귀다툼을 지겹게 지켜봐야 할 거다. 이번엔 묻지마 투표를 할 일이 아니다. 요란한 공약보다는 누가 진짜 서민들의 친구가 될 건지를 뚫어보는 안목이 필요한 때다. 구호가 아닌 실천을 할 사람이 누군지를 눈여겨 봐야 할 때다. 시청사의 출입통제 게이트로 상징되는 저 불통과 오만을 뜯어내고 진정으로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이는 과연 또 누군지를 살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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