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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료마의 일본과 한국의 미래 /황상민

'우물 안 개구리' 정치 150여 년 전과 닮아, 부국강병 토대 닦을 진정한 지도자 절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01-28 20:17:2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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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의 분주함을 잊고자 1월 내내 몇 년 전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드라마 '료마전'을 섭렵했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일본 총리가 중국과의 관계를 언급하면서 '1차 세계대전' 운운한 소식이 드라마와 중첩되기도 했다. 아니, 일본인의 내면 속에 감추어진 욕망과 불안을 한국의 심리학자는 그들의 영웅전에서 찾고 싶었다.

일본의 NHK 방송이 인기 소설 '료마가 간다'를 기초로 만든 '료마전'은 '안녕하십니까'가 난무하는 21세기의 대한민국을 1860년대 막부가 지배하던 봉건영주국가 일본과 동시에 보게 했다. '흑선'이라는 미국의 페리제독 함대에 의해 강제로 개항을 당한 일본은 서구 열강의 각축장이었다. 드라마 속의 '사카모토 료마'라는 인물은 선각자로 서양의 침략에 맞설 수 있는 독립국가 일본을 만들겠다는 희망을 키워간다. '더는 위아래가 없이 모두가 웃으면서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료마의 의지는 결국 천왕이 통치하는 중앙집권적 근대국가 일본을 만드는 토대가 된다.

잃어버린 10년의 침체기를 거치는 동안 드라마 '료마전'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료마는 일본 최고의 인기 역사 인물이 되었다. 현 총리 아베는 이런 료마를 모방하고 싶어하는 사람인지 모른다. 료마가 참여해 만든 일본은 근대국가로 바뀐 지 10년도 지나지 않은 1875년에 이웃나라 조선을 침략했기 때문이다. 이후 3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조선을 완전히 식민지로 만들었다. 이런 역사의 후손이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내세운 대한민국의 집권세력이다.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우리 국민들은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말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공감 자체도 불온한 세력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막부가 지배하던 일본에서 료마와 같은 사람을 불온한 인물로 보고 살해한 그런 시선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제 일본은 자신들의 과거를 미화하는 것을 넘어 영웅시하기 시작했다. 외국의 침략에 대한 위기를 고취하면서, 부국강병의 논리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아무 대책없이 외부의 움직임에 눈을 감고 있었던 당시의 조선의 모습과 현재의 우리의 모습은 놀랄 만큼 닮은 듯하다.

우리 TV채널이나 언론은 '먹방'이나 정신없는 '연예인 가십 토크' '묻지마 이념 논쟁'으로 분주하다. 창조경제를 부르짖는 지도자의 메시지는 반복적으로 받아쓰는 모방이 무엇인지를 잘 알려준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지도자를 선택한 국민들은 '역시나'를 체험하는 상황이다. 굶주림에 수십만 명이 죽더라도, 핵폭탄만 있으면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북한은 마치 100년 전 조선의 외척, 훈구세력과 너무나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의 지도자들은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주어야 할까. 국민들의 마음에 분명한 울림을 주는 통합의 메시지가 나와야 할 것이다.

외국의 방송 드라마 하나로 현실을 살펴 보는 것은, 막연히 지금 누리는 조그만한 안락함을 지키고자는 욕망 때문은 아니다. "나는 누구인가를 막연히 찾으면서, 사소한 것에도 나름 의미를 부여해야 의미있는 삶이 될 것" 같은 자아 과잉 세대의 자동적인 반응 때문만도 아니다. 단지 자신의 삶에는 지극히 관심을 기울이지만, 남에 대해서 철저한 무관심을 오묘하게 공존시키는 이 나라, 이 국민의 정체성이 놀랍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가 아닌 이기주의가 난무한다는 한탄을 절로 했다. 서로 돕고, 남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인정 넘치는 사회를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내고 싶어했다. 공동체 의식보다 돈으로 상징되는 성공의 코드를 좇는 것에 미안해 했다. 겉으로는 번듯한 우리의 삶이 정작 각자의 영혼을 비용으로 지불한 껍데기의 삶이라는 것도 조금씩 느끼게 되었다.

잘 먹고 잘사는 것을 넘어 마음이 조금 더 행복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 안녕한지 묻지 않더라도, 눈치를 보지 않고 살 수 있는 그런 나라에 살고 싶다. 새 정치가 아니더라도, 정치하는 사람들이 지도자처럼 보이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만 되면, 어쩌면 이제 일본이 타국의 식민지가 되는 역설적 과거가 되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을 준비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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