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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윤 칼럼] 누구를 위한 원전 증설인가

장기 에너지정책, 원전 비중 더 늘려 국민들 우려 외면

산업전기료 현실화, 전력수요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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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원전증설 정책의 고수를 공식화했다. 지난주 산자부가 내놓은 2차 에너지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전체 발전설비 중 원전비중이 현재 26.4%에서 2035년 29%로 늘어난다. 이명박 정부가 제시했던 41%에 비해 줄었다지만 수치놀음일 따름이다. 전력수요 증가 예상치를 과도하게 늘려잡아 새로 건설해야 할 원전 숫자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것과 다를 게 없다. 장차 필요한 원전은 최대 41기로, 이미 보유한 23기와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11기 외에도 7기를 더 지어야 한다.

정부의 이번 에너지 대책은 한마디로 여론을 외면한 '증핵 정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미래 전력수요를 무리하게 부풀려 원전 확대의 정당성을 억지로 끌어낸 흔적이 역력하다. 전력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인구의 정체, 경제성장의 둔화 등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쯤이야 안중에 없다는 태도이며, 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원전 재검토'를 내팽개친 것이기도 하다.

선진국의 경우 1인당 전기소비량이 정체되거나 주는 추세임에도 정부는 전력수요를 2035년까지 해마다 2.5% 늘어나는 것으로 너무 많이 잡았다. 이는 최종에너지수요 연평균 증가율 0.9%에 비해서도 크게 편중됐다. 정부가 전력수요를 줄이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전기 사용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값싼 전기요금 체계를 유지해 전력 소비를 부추기는 행태는 위험천만이다. 우리의 전력수요가 급격하게 는 것은 산업용 전기에 대한 '반값 요금' 때문이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형 전기요금은 OECD국가 평균요금의 절반에 그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무려 2.7배나 비싸고 후진국인 인도네시아나 필리핀도 우리의 1.6배, 2.3배에 이른다.

그동안 재벌을 비롯한 산업계는 반값 요금으로 엄청난 특혜를 누려왔다. OECD 기준에 맞추면 연간 27조 원을 보조금으로 받아온 셈이다. 이렇듯 전기요금이 싸니 산업계가 다른 에너지원은 외면한 채 전기를 물 쓰듯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것 아닌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산업용 전력의 남용은 결과적으로 막대한 국고 손실을 불러왔다. 또 반값 요금으로 재벌이 특혜를 누리는 대신 고압 송전탑이 지나는 지역 주민들은 자기 땅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원전의 추가 건설은 제2, 제3 밀양사태를 부를 게 뻔하다.

정부는 반값 전기요금 정책을 과감하게 버리고 산업용 전기료를 현실화해야 한다. 그것만이 비정상적인 전력소비 증가를 억제하고 전력수급의 불안정을 막는 길이다. 산업형 전기요금의 현실화는 호주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2007년 호주의 전기요금은 우리와 같은 OECD 절반 수준이었다. 하지만 전력수요가 늘고 송배전망 건설비가 증가하자 전기요금을 과감히 인상했다. 이후 5년간 전기요금이 OECD 수준으로 오르자 전력수요가 15% 이상 줄었고 신재생발전의 신규시장이 창출되는 등 파급효과가 컸다.

이처럼 전기요금을 현실화할 때 전력 소비를 줄일 뿐만 아니라 전기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동일전력으로 만들어내는 생산성이 프랑스는 우리보다 1.7배, 일본은 2.7배가 높아 전기요금과 생산성이 비례함을 알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기업도 전기생산성의 향상으로 전력을 적게 쓰고도 같은 생산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손해를 볼 게 없다. 이런 과정에서 고효율 설비와 혁신적인 에너지기술에 대한 수요가 느는 등 관련 산업의 발달로 새로운 성장동력과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정부가 값싼 전기를 펑펑 소비하도록 부추기는 공급위주 정책을 유지하는 이상 우리에게 탈핵은 요원하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기본계획도 원전에 목을 맨 것으로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온갖 비리와 부정, 잦은 원전 사고로 코너에 밀린 원전 마피아들에게 회심의 미소를 안기는 정책이 결코 허용돼선 안 된다. 지난 정부는 4대강 개발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국토의 젖줄을 결딴냈다. 이번 정부는 삼척 영덕까지 거대 원전단지로 전락시켜 청정 동해를 '상시적 공포'로 오염시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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