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계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아베 총리가 미국 허드슨 연구소에서 적극적 평화주의를 언급한 이래 미국은 일본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었고, 드디어는 미일 방위지침 개정안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 독도 영유권으로 일본과 갈등을 빚는 한국은 우선 배반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60여 년의 동맹관계가 일본 보수주의자들의 일성 앞에 맥없이 흩어지는 듯하다. 한국 진보사회의 반미정서와 한국인 마음 깊이 녹아 있는 반일정서가 부합된다면 한미동맹은 다시 첨예한 정치문제로 부상할 수 있고, 한미동맹 역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미 간에 미묘한 긴장을 불러온 요인은 동북아 지정학의 변화, 미국의 재정 위기 그리고 일본의 보통국가화가 일치된 결과다. 미국 국가대전략의 첫 번째는 적의 규정이다.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기 30여 년 전 미국은 이미 일본을 가상의 적으로 규정했고, 냉전이 본격화되기 수십 년 전부터 소련 공산주의를 적으로 봤다. 냉전 이후에는 테러를 최대의 적으로 규정하고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를 침공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을 잠재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의 숨은 의미는 중국 견제 혹은 중국 팽창에 대한 봉쇄다. 하지만 이런 의도와는 달리 미국은 국가대전략을 수행하는 재정적 능력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아베 총리에 동조하는 것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국가대전략을 재정적으로 가장 많이 분담할 수 있는 국가가 일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인정은 방위비 증대로 이어질 수 있고, 미국의 재정적 부담을 줄여준다. 따라서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가 자칫 잘못되면 '일본으로의 회귀'가 될 수 있다. 아무리 비용 대비 효과가 중요하다 해도 안보·경제·가치 동맹을 이루어 온 한미관계를 미일관계 보다 경시할 수 있겠는가 물을 수 있다. 하지만 가능하다. 미국 외교는 크게 두 가지 축에서 나온다. 하나는 국익이라는 현실주의고,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인권·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자유주의다. 그러나 양자가 양립하기 어려울 경우 미국은 항상 국익을 선택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미국의 일본 우선주의적 아시아 정책 역시 가능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 동북아 지정학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다. 한미동맹, 친중전략, 중립적 입장이다. 중립은 중국이 사실상 북한의 정치·군사적 후원국으로 남아 있는 한 어렵다. 친중은 중국이 서태평양에서 패권을 장악할 경우 미국과 일본에 대항해야 된다. 더구나 한국은 미국식 표준을 바탕으로 한 국제표준에 따라 발전해 왔다. 중국식 표준은 많이 다르다. 경제적으로 중국과 깊어지면 중국식 표준에 맞추어야 하는데 비용이 크고 희생도 따른다. 남아있는 선택은 한미동맹을 축으로 발전유산을 지켜가면서 스스로 강대국이 되는 길뿐이다.
작금의 한미관계 해결을 위해 필자는 두 가지를 주장하고 싶다. 하나는 정상들 간의 관계를 더욱 친숙하고 긴밀하게 가져가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가외교안보의 수장이다. 정상들 간의 친분보다 더 효과적인 외교는 없다. 서울-워싱턴 관계가 박근혜-오바마 관계로 귀결될 수 있도록 분명히 하고, 중국과는 전략적 친분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둘째로는 미 의회에 대한 공공외교 및 로비다. 베트남전쟁 당시 월맹군 총사령관은 전쟁은 밀림에서 하는 것이 아니고 워싱턴에서 한다고 했다. 수많은 미군이 밀림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본 미국인들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보다 자신의 자식들이 돌아오기를 더 희망했고 결국 미국은 철군했다. 한국사회는 로비를 좋지 않게 보지만 미국은 다원주의 사회에서 꼭 필요한 기능으로 여긴다. 의원, 경제, 지식인 외교를 총동원하여 미국 의원들에 대한 공공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200만 재미교포를 중심으로 유권자 운동을 폭넓게 벌여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게 해야 한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미 국익이나 한미일 관계에 도움이 안 되며, 일본의 극우주의 역시 중국 입장만 강화시킨다는 인식을 심어줘 일본이 호가호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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