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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모교는 영원하다 /염창현

학교 통·폐합으로 경쟁력 강화 좋지만 주민 심리적 저항감 헤아릴 수 있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10-09 19:57:34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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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마을 근처의 한적한 산골에 가족들과 가끔씩 들르는 음식점이 있다. 공기 좋고, 주변 경관이 뛰어난 데다 널찍한 주차공간도 있어 갈 때마다 편안함을 느끼는 몇 안 되는 곳이다.

음식점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책 읽는 소녀상, 호랑이나 코끼리 모형 등이 있길래 늘 궁금했다. 알고 본즉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했다 한다. 내친 김에 좀 더 둘러봤더니 아직도 윤기가 반질반질한 복도와 교실 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어느 날인가는 그곳에서 떠들썩한 잔치가 벌어졌다. 슬쩍 넘보니 그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더는 후배를 받을 수 없는 모교에서 옛 추억을 곱씹어 보자는 뜻인듯해서 제3자이지만 마음 한 편이 짠했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다닌 학교에 대한 추억이 있을 터다. 공부를 잘해 칭찬을 받았든, 말썽꾸러기여서 괴로운 학창생활이었든 간에 모교를 향한 애틋한 감정은 늘 따라 다니게 마련이다.

시골지역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모교가 없어지는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다. 경남의 경우 10월 1일을 기준으로 533개의 폐교가 있다. 달리 말하면 533개 학교의 졸업생들이 모교를 잃어버린 셈이 된다. 이들에게 이제 모교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지역별로는 통영의 폐교가 53개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 합천 39개, 함양·거창·거제 35개 등의 순이다. 이 가운데 매각 등 처리가 완료된 곳은 326곳이며 관리 중인 곳은 207개, 유상임대 등으로 활용하는 곳은 152곳, 활용계획이 아직 세워지지 않은 곳은 55곳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폐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경남지역의 군소 도시에 대규모 공장이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지 않는 한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다. 취학 아동이 줄면 자연스럽게 문을 닫는 학교도 증가하게 된다.

경남도교육청이 거점학교 신설을 들고 나온 것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인구가 적은 지역의 학교 서너 개를 묶어 경쟁력이 있는 한 개의 학교로 통·폐합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도교육청은 이럴 경우 소규모 학교의 운영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집적화를 통해 시설의 현대화, 최적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도 도교육청의 거점학교 신설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을 하는 듯하다. 갈수록 문을 닫는 시골 학교가 늘어나는 현상을 막을 뚜렷한 대책이 없는 마당에 이런 시도는 충분히 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해당지역의 학부모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학교가 더 발전을 하기 힘들다면 비슷한 처지의 학교를 몇 개 모아 강점을 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반대 쪽에서는 각각의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학교를 억지로 통·폐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서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의 거점학교 추진은 최근 산청군에서 시행됐다.

도교육청은 산청군의 중학교 7개와 고등학교 6개를 통합한 뒤 권역별로 기숙형 중학교 2개와 고등학교 2개를 설립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투표 결과, 찬성률은 63.3%로 나왔다. 그러나 사업 추진은 무산됐다. 당초 도교육청이 내세운 설립 기준인 찬성률 75%를 넘지 못해서다.

일부에서는 도교육청이 찬성투표를 겸한 우편 설문조사에서 거점학교 홍보물을 동봉하는 등 지나치게 찬성을 유도한 것이 악수였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이 같은 일을 진행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것이 찬성률 저하로 나타났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또 내 고향의 학교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주민들의 심리적 저항감을 헤아리지 못한 것도 큰 패착이다. 이번에 통·폐합 대상에 포함된 학교 가운데는 주민들이 땅과 재산을 기부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이 효율성을 내세우기 앞서 학교를 살리고 마을을 살리는 정책을 펴달라는 현지 주민의 이야기에 진지하게 귀를 귀울였다면 이런 실패는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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