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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니네 아버지 어부시겠네?" /조성제

대한민국 고질병은 수도권 중심적 사고…동남권 경제협의체, 문제 해결 단초 될 것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5-21 20:24:44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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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나고 자란 여학생이 올해 서울의 대학에 진학했다. 자기소개 시간에 "부산이 고향"이라고 꽤 자랑스럽게 말했다. 서울서 나고 자란 같은 과 학생이 이렇게 물었다. '그럼 니네 아버지는 어부시겠네?' '어부시니?'가 아니고 '어부시겠네?'였다. 물음이 아닌 단정. 개그콘서트 '네 가지'의 "그래 내 촌놈입니다"의 주인공 양상국의 개그가 아니다. 필자 회사의 한 중견간부 딸이 겪은 실화다. 여학생이 이런 개그같은 얘기를 굳이 아버지에게 한 이유는, 어부시겠네?라는 말투에서 멸시와 비하가 잔뜩 묻어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통통배 타고 그물질하며 어렵게 살면서 뭐 하러 서울까지 왔느냐는 말투였다고 했다.

2010년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문화비평가로 떠오른 한국 출신 독일 철학자 한병철 교수는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이 시대 대한민국의 고유 질병은? 철저한 서울공화국 사고 관념도 그 중 하나다. 힘 있는 사람의 사고와 관념은 곧잘 행동으로 실천된다. 박근혜정부가 출범 초기 내놓은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이론도 현실도 역사적으로도 그렇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수도권을 규제해야 한다는 데 모두가 동의한다. 다만 경제 살리기의 한 방법으로 부득이 완화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논리가 있을 뿐이다. 박근혜정부 역시 경제활성화 대책의 하나라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돌이켜 보면 이명박 정부가 기업의 투자 의욕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추진한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은 실패작이라는 평가가 대세다.

부산 울산 창원상공회의소가 지난달 합의한 동남권 경제협의체 창립은 '시대의 질병'을 치유할 하나의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당연히 기대도 크다. 역사적 문화적으로 같은 뿌리인 부산 울산 경남의 대표 민간경제기관이 수도권에 대응할 첫 걸음을 함께 내딛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다.

부산 울산 경남, 통칭 동남권은 8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핵심권역이다. 수도권에 맞대응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대표적 경제권역이기에 영향력 또한 대단하다. 세 지역이 인적 물적 정보자원을 공동 활용해 긴밀한 단일화 경제권역 전략 마련에 성공한다면 동남권을 글로벌 거점지역으로 발돋움시키는 밀알이 될 것이다. 협의체 사무국을 부산상공회의소에 설치하기로 한 것은 부산시민의 지대한 관심과 성원 덕분이다. 협의체 발족으로 부산시민의 가장 큰 바람이자 현안인 가덕 신공항 문제 해법도 조정과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근혜정부의 신공항 관련 입장이 대통령 선거 전과 후에 변질된 점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국토부의 신공항 관련 행보를 보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의 신공항 쟁점화 회피→신공항 추진 다시 백지화' 수순을 밟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국토부는 지난달 가진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가덕신공항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항공수요 조사를 오는 6월부터 내년 7월까지 진행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늦어도 4월 초 착수하겠다던 당초 계획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2011년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인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수순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

이해관계가 얽힌 갖가지 논리와 논의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국제공항이 큰 항구를 끼고 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미국 최대의 관문이자 부산과 입지조건, 위상 등이 흡사한 뉴욕항을 보자. 존 F 케네디, 라가디아, 뉴어크 리버티 등 국제공항이 3개나 있다. 부산항과 접한 가덕신공항을 연상케하는 대목이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고, 하려는 지방 홀대 정책을 근심스럽게 지켜보면서 조선의 대학자 허목 선생의 고언을 떠올린다. '옳은 일을 했을 뿐 그른 일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따져보면 옳은 일은 적고 그른 일은 많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주관적인 잣대로만 바라보기 때문에 옳다고 생각한 일도 따져보면 잘못된 일이 많다(시과비중·是寡非衆)는 의미다. 위정자, 특히 의사결정권이 있는 정치가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부산상공회의소 회장·BN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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